장학생 선발기준 모호·편중 · 수혜자 폭 증대 취지 훼손돼

일반적으로 장학제도는 학생에게 학비를 원조해 수학을 돕고, 학술연구자에게 연구비나 상금을 줘 연구활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제정된다. 학생들의 면학을 장려하기 위해 시행되는 장학제도, 과연 이화인들은 이러한 장학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을까.

현재 우리 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장학제도는 교내 장학금·교외 장학금·학자금 융자 지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교내 장학금 중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자·성적 우수자에게 지급되는 ‘이화 장학금’의 경우, 수혜자 선정 기준과 단대별 수혜 인원 편성에 있어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혜자 선발 기준의 모호성이다. 이화 장학금은 지급 요건 중 ‘가정 형편 곤란’ 항목에 대한 일률적 평가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각 단과대의 장학 위원회가 서류를 평가하는 단계에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화인들 사이에서는 ‘신청만 하면 받는 장학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는 ‘이화 소망 장학금’이 장학생 선발에 있어 재산세 증명서·과세 증명서 등을 각각의 척도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대비된다.

또 이화 장학금은 각 단과대별 총 인원수에 비례해 장학금 수혜 인원을 결정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실질적인 장학금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단과대에서는 신청자가 몰려 경쟁이 치열한 반면, 지원자가 없는 단과대에서는 신청만 하면 별다른 제약없이 장학금을 지급받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장학금의 또 다른 문제점은 수혜 대상자 선발 기준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자·성적 우수자에 편중된다는 점이다. 우리 학교는 교내 장학금 43종·교외 장학금 99종으로 다양한 종류의 장학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장학금의 대부분은 중앙 장학위원회가 지정한 특정 조건에 적합한 학생에 한해 지원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특정 조건이 가계 곤란·성적 우수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최윤정(경제·4)씨는 “장학과의 상담제도를 활용했지만 나에게 적합한 장학금을 찾을 수 없었다”며 “극히 가정형편이 어렵지 않거나 성적이 우수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장학금은 드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학금을 적극 활용하려는 이화인 스스로의 의지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의 장학금 제도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하거나, 장학제도가 자신의 상황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해 장학금 신청을 주저하고 있다. 이지선(광고홍보·3)씨는 학생들이 장학 제도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학교측이 꾸준히 장학 제도에 대해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는 지난 5월 ‘학비 조달 곤란자 우선배려’와 ‘장학금 지급액의 현실화’를 골자로 해 장학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성적우수자와 가계곤란자를 구분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이 제도는 전액·1/2액·1/3액의 구분을 두는 등 장학금이 등록금 변화에 따라 합리적으로 연동되도록 했다. 대부분의 장학금이 정액제로 지급되는 우리 학교의 경우 이의 장점을 취해 좀 더 유연한 장학금 지급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장학제도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장학급 지급과 관련한 정확한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또 장학제도의 꾸준한 홍보 와 이에 대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탐색은 장학제도가 이화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작용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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