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공간·참여 인원 부족 · 재정은 독립하기 어려워

◇학내 자치단위 활동을 진단한다

自治(자치): 스스로를 다스리다
‘여성위원회(여위)’·‘생활도서관(생도)’·‘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변날)’·‘시네마떼크(시떼)’·‘여성문화기획단 노리(노리)’- 이화인이면 누구나 한번 쯤은 이들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다못해 학교 곳곳에 붙은 자보와 플랜카드에서도 이들의 이름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이화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무엇을 하는 모임인지 한번 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이들은 현재 자치단위 내부 기구인 ‘자치단위연석회’에서 인준받아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치단위들이다. ‘자치단위’란 말 그대로 학생 스스로 꾸려 나가는 단체다. 총학생회·학생처 등 학내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으며, 단체의 모든 활동을 구성원 스스로가 기획·결정한다.
자치단위들은 이화의 변화를 꿈꾼다. 기존에 당연시 여겨졌던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 이를 자치단위 내부 의견으로만 끝내지 않고 이화 전체로 확산시켜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 ‘여위’의 경우 가부장적 인식 아래 차별받는 여성의 현실을 이화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페미니즘 문화제’·‘성폭력 주간’등의 행사를 기획해 이화인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처럼 자치단위는 자칫 학생회의 일방적 담론으로만 흘러가기 쉬운 대학 사회에서, 주류 담론을 ‘견제’하고 새롭게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학내 자치단위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과거, 이화 내 새로운 담론을 주장하며 활발히 활동하던 ‘퍼니스타’·‘올리버’ 역시 해소된 상태다. ‘퍼니스타’는 재미있는 대학 공동체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선본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와 같은 유쾌한 자치 활동을 벌였다. ‘올리버’는 지역 여성에게 도서관을 전면 개방할 것을 주장했다. 두 단위가 해소된 이유에는 재정 문제·공간 부족의 문제·신입회원의 부재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같은 문제는 해소된 두 단체 뿐 아니라 현재 활동 중인 모든 자치단위에도 적용된다.
공간 부족 문제는 예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학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97년 학생문화관을 설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자치단위 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화인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씨앗(철학·4)씨는 “대학이 취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했다”며 “취업에 직접적 도움이 되지 않는 자치단위 활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공식 활동하고 있는 자치단위 인원수를 살펴보면 시떼 12명·생도 5명·노리 3명·변날은 4명에 불과하다.
자치단위는 총학생회 회칙 제 5장 45조에 의거, 총학생회의 집행예산 중 20%를 예산으로 지급 받는다. 아테(인과·1)씨는 “자치단위는 총학 산하 단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산만큼은 총학에 속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예산 지급 구조는 자치단위의 ‘경제적 자캄를 불가능하게 하며 이는 행정적 면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 자치단위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화인을 기반에 둬야한다. 이 기반 위에서 학내 담론을 생성하고 공감과 반응을 이끌 때, 자치단위는 존재의 정당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학내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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