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하나 뿐… 어학서적·흥미위주 단행본에만 몰려

     연재 - 이화 독서문화 진단

       1. 이화 주변의 책 공간
       2. 이화인의 독서 생활
       3. 이화인이 읽는 책과 서평

입구에 들어서자 인문·과학 학술서적 등 책 1천여 권이 꽂힌 밤색 책장이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놓인 시가 적힌 종이는 맘에 들면 가져가도 된다. 후문에 위치한 북카페 ‘프린스톤(PRINCET-ON SQUARE)’은 변호사 임동진씨가 학생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세미나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시작했다.


이처럼 학교 주변에는 씨티문고 외에도 책과 관련된 독특한 공간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림책 갤러리 ‘초방(CHOBANG)’은 출판사와 갤러리를 겸한다. 처음에는 어린이책 서점의 역할만 했었다. 하지만 곧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담아낸 어린이용 그림책이 부족한 현실을 인식하고 일년전 출판사 초방책방을 차렸다. 작년 십이지 이야기를 엮은 「열두띠」 등을 발간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정문 바로 앞의 ‘황제만화’와 여성전용 만화방인 ‘이화만화사랑’은 이화인들이 많이 찾는다. 이처럼 책을 접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의 문화공간이 서점을 대신하고 있다. 이화인에게 친숙한 ‘스타벅스’도 이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보기에 서점 수가 적다고 해서 이것을 곧 교육환경의 악화로 연결시킬 순 없다고 말한다. 서점이 줄어드는 것은 대학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서점 수의 부족은 우리 학교의 고질적인 교육 환경 문제로 여겨져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나도삼 연구위원은 “도서대여정도서관의 증가로 서점이 위기를 맞았다”며 “서점이 상업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값비싼 임대료를 감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자동차 중심의 생활패턴에 익숙해져 동네서점보다는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7·80년대에는 서점이 학생들에게 선진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일종의 낭만성을 떠올리게 했지만 지금은 다른 경로가 많이 생겨 그 의미가 변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화인이 전문서적보다 어학책, 베스트셀러만을 찾는 경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씨티문고 이효순 영업사원은 “학생들이 주로 찾는 것은 토익관련 서적이나 회화책, 「연금술사」(문학동네,2001) 같은 흥미 위주 단행본”이라며 “취업준비하는 학생들은 「10년 후, 한국」(해냄,2004) 등의 경영·경제분야의 서적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타대학도 상황이 비슷해 인문·사회과학서점들은 모두 위기 상태다. 올해 2월 성균관대 앞에 위치한 ‘논장’은 운영난으로 문을 닫아 ‘풀무질’만이 유지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는 ‘그날이 오면’만 남아 있는 상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현찬 연구위원은 “대학가에서 작은 서점이 살아남으려면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후문의 ‘초방’은 공간적 특성에 따라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특히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초방’ 측은 “이처럼 특정 분야를 주제로 한 작은 서점들이 이대 앞에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현찬 연구위원은 “영풍문고처럼 서점들도 음반이나 문구류를 취급하거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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