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쓰는 편지] 학문의 즐거움
[연구실에서 쓰는 편지] 학문의 즐거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04.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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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승 교수(수학 전공)

K양, 언젠가 공부는 왜 하며, 교수님들이 연구하며 정말 즐거움을 느끼냐고 물었지? 대학 전공 공부를 나중에 얼마나 써먹을지 회의가 온다고 했지?

누구나 갖는 의문이지만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네. 다만 어떤 학문에 대해 많이 배우고 익힌 사람이 그 세계의 아름다움을 더 보고 느끼며 즐긴다고는 할 수 있지. 미술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미술 작품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끼듯이 말이야.

그러면 인간의 두뇌가 모든 지식을 영원히 저장하지 못하는 문제는 어떠한가? 그건 참 다행이지. 늘 새로운 지식에 흥미를 갖고 습득할 수 있으니. 이렇게 우리가 배운 지식은 우리 자신의 어딘가에 우리의 일부로 영원히 남게 되지. 때로는 대화, 글, 웃음, 몸짓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더욱이 “지혜”라는 것은 자신이 배운 모든 지식과 삶의 모든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식과 좋은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이 지혜로울 확률이 훨씬 크지.


난 연구실에서 4차원 다양체(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공간’의 개념인 3차원 유클리드 공간보다 복잡한 연결 구조를 가진 유형으로, 4차원 이상의 공간을 연구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의 기하학적 성질을 연구하고 있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정선·면으로 이뤄진 3차원이지만 시간이라는 또 다른 차원에 의해 변화해 4차원이 되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비의 날개 바람이 태평양을 지나 한반도에 다다르면 태풍이 될 수 있듯이 4차원에서는 3차원에선 일어나지 않는 무수한 기이현상이 나타나며, 수많은 다양체가 생기지. 이런 현상들의 본질과 영원불멸의 속성을 수학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야.

수학이란 학문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면 자네들이 고등학교까지 배운 계산 위주의 수학과는 상당히 다른, 훨씬 추상적이며 아름다운 세계를 접하게 되지. 표면적으로는 일상생활과 많이 동떨어져있지만 내면적으로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세계에서 살게 되는거야. 우주 만물은 수학적으로 구성돼있고 수학적으로 변화하며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수학적으로 최적의 논리에 따라 진행된다네.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면 수학적 두뇌가 많이 발달한 학생이야. 수학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주며,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학문 중의 학문이기 때문이야. K양, 처음 질문 ‘공부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갗에 대한 답변이 됐으면 좋겠네.

마지막으로 수학이라는 학문은 한 나라를 부국강병하게 하는 가장 기본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뿐 아니라 문화, 경제, 의학, 정치를 수학화하면 훨씬 강하고 선진하는 나라가 될 걸세. 걸프전에 승리했다는 보고를 받은 부시대통령의 첫 코멘트가 참 의미심장해. “걸프전의 승리는 수학의 승리야.”

 

 

◇필자인터뷰

조용승 교수는 대한수학회 회장으로 수학의 활성화를 위해 현재 국립수리과학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한국대표단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수학이 첨단산업부터 정칟문화까지 일상 곳곳에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늘 말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화인들에게 “돈·직장·명예만 쫓지 말고 보다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리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