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어린시절 주위의 친구들을 떠올려보자. 영희, 철수, 진아… 수많은 이름 중 혹시 히메나·맥가이버·소머즈란 이름은 없는가. 만화영화 외엔 마땅히 어린이가 볼만한 TV프로가 없었던 그 때,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던 추억의 외화. 그 주인공들이 이대학보의 인터넷 개편을 맞아 특별 출연을 결심했다. 자, 지금부터 ‘천사들의 합창’의 귀여운 천사들과 히메나 선생님, 맥가이버, 소머즈, 슈퍼 소년 앤드류, 그리고 12살 캐빈을 만나보자.

맥가이버: 다들 반가워. 오, 소머즈. 오랜만이군. 당신은 내가 인정했던 유일한 여자 라이벌이었는데, 그거 알고 있었나?

소머즈: 오우, 안녕 맥가이버. 하지만 번지수가 틀렸다구요. 내가 육백만 달러의 사나이 스티븐의 여자친구인 거 잊었어요?

맥가이버: 하하. 도도한 건 여전하군. 그나저나 나이가 들어도 당신의 놀라운 청력은 여전한지 궁금하군. 당신은 귀에 손만 대면 전방 10m에 있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지.

소머즈:오, 맥가이버. 그건 20년도 넘은 이야기라구요. ‘맥스’ 역시 세상을 뜬지 오래됐어요.

맥가이버: 그러고 보니 항상 당신 옆을 지켜주던 슈퍼 개 ‘맥스’가 보이지 않는군. 유감이야. 오오 이게 누구야? 언제나 자신은 열두살이라 주장하던 ‘캐빈’ 아니신가?

캐빈: 하하, 안녕하세요? 맥가이버 아저씨.

맥가이버: 그래. 사춘기 시절 그토록 쫓아다니던 ‘위니’와는 어떻게 됐니?

캐빈: 사랑은 변하더라구요.

맥가이버: 아쉽군. 우린 모두 마지막 시즌엔 너와 ‘위니’가 결혼할 거라 믿고 있었는데.

캐빈: 지나간 이야기는 그만 하자구요. 지금 여자친구가 알면 화내니까요. 그나저나 저기 저 애들은 누구예요?

히메나 선생님: 어,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희는 천사들의 합창 출연진이에요. 전 교사 히메나구요. 얘들아 어서 와서 인사하렴.

아이들: 안녕하세요.

캐빈: 잠깐! 그토록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왜 저 아이들만 아직도 초등학교 2학년인거죠? 이건 글의 논리적 오류 아닌가요?

맥가이버: 이봐, 캐빈. 세상 그 누가 저 천사들을 30대 열성 아줌마·아저씨로 기억하고 싶겠니? 다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꾸나.

캐빈: 수긍할 수 없는 이유지만 넘어가도록 할께요.

히메나 선생님: 캐빈 이젠 정리가 된건가요? 그럼 여러분! 여기 우리 예쁜 아이들을 소개 할께요. 먼저 항상 햄버거를 손에 들고, “너무 낭만적이야”를 외치던 ‘라우라’ 그리고 예쁜 커플 ‘발레리아’와 ‘다니엘’. ‘다니엘’이 한 때 저를 좋아해 발레리아가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여긴 다들 아시겠죠. 언제나 흰장갑을 끼고 있는 ‘마리아 호아키나’.

마리아호아키나: 선생님. 저를 ‘마리아 호아키나양’이라고 소개해 주시겠어요? 그게 제 품위에 맞는 것 같아서요.

히메나 선생님: 오, 미안하다. 그럼 다시 여긴 ‘마리아 호아키나양’. 그리고 ‘호아키나’를 좋아하는 흑인 꼬마 ‘시릴로’. 마음도 얼굴도 예쁜 ‘카르멘’. 먹을 것을 너무 좋아하는 ‘하이메’.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페르멘 아저씨랍니다.

슈퍼소년 앤드류: 안녕, 얘들아. 너무 귀엽구나. 난 ‘슈퍼소년 앤드류’라고 해.

발레리아: 쳇, 아저씨가 왜 슈퍼소년이에요? 증명해 보세요.

다니엘: 발레리아, 처음보는 어른한테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니야. 아저씨 죄송해요. 이쪽은 제 여자친구 ‘발레리아’구요, 제가 대신해서 사과 드릴께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아저씨가 왜 천재 소년이예요?

슈퍼소년 앤드류: 물론 처음엔 나도 평범한 소년이었단다. 하지만 이웃집에 사는 과학자 ‘벤자민 아저씨’의 실험실에서 방사성 광선을 맞곤 신비한 초능력을 갖게 됐지. 게다가 난 슈퍼맨과 같은 스피드를 갖고 있고 하늘을 날 수도 있단다.

라우라: 하늘을 날 수 있다니, 너무 낭만적이예요.

맥가이버: 하하, 낭만적이라니. 하긴 ‘앤드류’가 두 손에 쥔 스프레이를 뿌리며 하늘로 붕 떠오르는 장면은 정말 멋있었어.

슈퍼소년 앤드류: 와우, 맥가이버 아저씨. 반가워요. 어린 시절 아저씨는 제 우상이셨어요. 항상 주위의 모든 것으로 뚝딱뚝딱 뭔가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시곤 하셨죠.

맥가이버: 이거 쑥스럽군. 하긴 젊었을 땐 대단했었지. 옛날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그리워지는군. 음… 그럼 우리 화려했던 옛날 이야기 좀 해볼까.

소머즈: 제 남자친구 이야기부터 할께요. 다들 아시죠?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라고. 그가 사고로 불구가 되자 비밀기관에서 그를 사이보그로 만들었죠. 그리고 한참 후 저도 사고를 당하게 됐어요. 오우, 너무 끔찍한 사고였죠. 그러자 ‘스티브’를 사이보그로 만든 그 비밀기관에서 저 역시 사이보그로 만들어 버렸어요. 그 결과 전 엄청난 청력과 완력, 그리고 스피드를 가지게 됐어요. 그리곤 뻔하죠. 이 멋진 팔과 다리로 세상의 모든 악을 무찌르고 다녔어요.

캐빈: 누나 그땐 정말 멋있었어요. 특히 멀리 있는 소리를 들을 때 귀가 클로즈업 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긴장했었다니까요.

소머즈: 후후, 고맙구나. 캐빈. 실례가 아니라면 네 이야기도 해 줄래?

캐빈: 전 그 때 열두살이었고 ‘위니’란 아이를 지독히 짝사랑 했었어요. 그 아이를 몰래 힐끔 쳐다보며 행복해 했죠.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제 첫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위니’만 빼면 평범한 중학생의 하루하루였죠.

맥가이버: 아직도 니가 ‘위니’를 몰래 바라보는 장면이 눈에 선하구나.

캐빈: 하핫. 부끄럽게 왜 그러세요. 하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정말 묘한 뭔가가 흐르고 있었다니까요.

맥가이버: 후후, 과연 ‘위니’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난 피닉스 재단의 특수요원으로 활동했었지. 차가 고장나도 시한폭탄이 장착돼도, 스위스제 잭나이프와 두뇌 하나면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였던 시절이었어. 모두들 나를 향해 열광했고 ‘맨손의 마술사’라는 별명도 얻었지.

슈퍼소년 앤드류: 저도 아저씨를 따라하다 차고를 불 낼 뻔한 적도 있어요. 하하하. 저는 아까도 말했듯 평범한 소년에서 방사선을 실수로 맞아 이렇게 변해버렸어요. 엄청난 스피드에 강철같은 몸, 게다가 하늘을 나는 능력도 가졌죠. 이런 내 모습을 ‘벤자민 박사님’ 외엔 아무도 모르지만 전 이런 제 모습이 좋아요.

맥가이버: 네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초능력을 쓰지 않고 네 실력으로만 달려 3등을 했던 건 아직도 잊을 수 없단다.

히메나 선생님: 음… 우리는 멕시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내고 있어요.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때론 황당하고 때론 행복한 사건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답니다. 얘들아, 이리 와서 우리들의 하루하루에 대해 설명해 드리렴.

시실로: 전 ‘마리아 호아키나’를 좋아해요. 학교에 가면 그 애를 볼 수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그런데 그 아이는 절 싫어해요.

호아키나: 네 까짓게 감히 나를 좋아하다니.

히메나 선생님:  호아키나!!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어서 ‘시릴로’에게 사과하렴.

호아키나: 하지만 전 잘못하지 않았는걸요. 사과하지 않겠어요.

히메나 선생님: 어머, 여러분. 죄송해요. 우리의 하루하루를 소개한다는 것이 그만 이렇게 돼 버렸네요.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이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 하교 시간이거든요. 만약 늦는다면 교장선생님께 혼날 거에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얘들아 인사드리렴.

아이들: 안녕히 계세요.

맥가이버: 잘가렴. 얘들아. 또 보자꾸나. 이제 나도 슬슬 돌아가 봐야겠는걸. 가게 문 열 시간이네.

슈퍼소년 앤드류: 가게라니, 아저씨 무슨 말씀이세요?

맥가이버: 아, 작은 가게를 하고 있단다. ‘맨손의 마법사’란 전공을 살려 작은 철물점을 하나 차렸지.

소머즈: 오, 맥가이버. 나랑 비슷한 신세군요. 나도 나이가 들어 청력이 떨어지고 관절염이 생겨 더 이상 악을 무찌를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스티브’와 함께 작은 빵집을 열었죠. 시간 되면 놀러와요.

슈퍼소년 앤드류: 사실 저도 슈퍼 소년으로만 살기엔 생계가 어려워, 초능력을 숨기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 회사에 지각할 때는 초능력을 발휘해 3분 안에 직장을 향해 뛰어간답니다.

캐빈: 저도 이젠 그렇게 좋아했던 첫사랑 ‘위니’를 잊고 평범하게 사는 샐러리맨이 됐어요.

맥가이버: 오우, 다들 저런… 하지만 우리 그 옛날, 80년대를 풍미했던 우리의 모습을 잊지 말기로 하자. 모두들 반가웠어.

소머즈: 저 역시 반가웠어요. 아참, 그리고 우리 빵집에 꼭 놀러와요.

앤드류: 저도 반가웠어요. 안녕히 가세요.

캐빈: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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