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는 이대 오려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 교수가 수업 시간에 출석을 부르면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그에게 꽂힌다.

행여 나쁜 짓이라도 하면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까봐 더 신경이 쓰인다는 이화(광고홍보·4)씨. 계절 학기 시험을 막 끝내고 왔다는 그는 이젠 한숨 돌리고 시간표를 짤 거라며 환하게 웃는다.

­이름이 예쁘다.

정말 이화와 관련이 있어서 이름이 ‘이화’인가? =안 그래도 부모님이 딸을 이화에 보내고 싶어서 이름을 ‘이화’라고 지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름 때문에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대에 가면 ‘딱’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내심 걱정하면서 이화에 들어왔는데 생각만큼 유명세를 치르진 않아 다행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서운하기까지도 했지만 이제는 내가 이화에 온 것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는 부모님이 ‘세상에 빛나라’라는 뜻이 좋아서 이화(李華)로 지었다.

­이름 때문에 이화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텐데. =사람들이 하도 내 이름과 학교를 많이 연관시켜서인지 나도 모르게 애교심이 생긴 것 같다.

이름이 같은 만큼 학교 홍보 대사라도 하면 기쁘게 잘할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제안이 안 들어왔다.

(웃음) 친구들이 이름이 똑같으면 혹시 학교에서 장학금을 주지 않는지 물어보라길래 알아보기도 했다.

그런 제도가 없음을 확인하자 친구들은 농담으로 ‘한자까지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장학금을 안 주는 것’이라며 놀렸다.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는가? =동문회나 미팅 자리에 나가서 이화여대에 다니는 ‘이화’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모두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잘 안 믿어준다.

한 친구가 “네가 이화면 난 서울대 다니는 서울”이라고 해 웃어넘기기도 했다.

이름이 특이해서 사람들이 나를 잘 기억해주는 반면 난 다른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난감할 때가 많다.

­남은 1년 동안 이화에서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지 못했다.

이름이 특이한 만큼 학교와 나를 위해서 무엇인가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아무 것도 못한 채 졸업을 하겠구나 싶어 후회가 많이 된다.

후배들과 좀 더 가까워지지 못한 과생활과 중간에 그만 둔 동아리 활동에도 미련이 남는다.

그래서 남은 1년만큼은 이화의 모습을 내 마음 속에 꼭꼭 담으면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고 싶다.

1학년 때는 장난삼아 한 말이지만 졸업 후에는 내 이름 뜻처럼 정말로 성공한 이화인으로 학교 이름을 빛내는 것이 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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