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찰청장의 승인을 거쳐 시위진압장비로 고무충격총을 사용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9일(목) 서울경찰청에서 폭력시위에 대응할 수 있는 고무충격총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점점 과격해져가는 시위에 고무총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사용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경찰. 그러나 ‘과격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를 두고 하는 말인가? 과격시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없이 고무충격총을 쓰겠다는 경찰의 태도는 시위대의 생명은 안중에 두지 않고 ‘무조건 때려 잡겠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기준’ 없이도 몽둥이부터 휘둘렀던 그동안의 시위진압 방식을 보면 더이상 무슨 ‘무기’가 더 필요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2000년 6월에는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롯데호텔 노조원들에게 과잉폭력을 행사해 임신 중이던 한 노조원이 유산한 사건이 벌어졌고, 지난 3월 부시 미 대통령 방한을 반대하는 집회에서는 취재하던 기자까지 집단폭행해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4월20일(토) 서울역 앞에서 열린 ‘장애인과 함께 버스를 탑시다’ 집회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가하며 버스타기를 저지했다.

이제는 한 술 더 떠 사용법도 잘 모르는 전경들에게 고무충격총을 쥐어 주겠다니, 점점 더 불안해진다.

실제로 고무충격총은 총탄이나 파편이 눈·얼굴과 같은 급소에 맞을 경우 실명 등의 부상위험이 높은 장비로 지난 97년 이스라엘진압군이 쏜 고무총탄에 팔레스타인인이 숨질 정도로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외빈경호와 테러진압을 목적으로 도입한 이래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으며 최정예부대인 경찰특공대조차 사용하지 않는 장비다.

물론 질서확립과 전경들의 안전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국가에서 ‘폭동진압용’으로 제한 사용되는 고무충격총까지 꺼내 들고서 ‘어떤’ 시위에 ‘얼마나 적절히’ 활용할 것인지, 그 판단에 탄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겉으로는 여성경찰을 앞세워 평화적인 시위를 유도하겠다며 이른바 ‘립스틱 라인’을 그어 놓고선 속으로는 ‘어디 한번 해보자’는 식의 경찰. 적어도 시위현장에서의 그들은 ‘국민의 포돌이’가 아닌 ‘정부의 포돌이’임이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