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사주로 여론조사를 조작한 단체가 얼마 전 경찰에 적발됐다.

한 후보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거액을 주고 선거구당 평균 10표도 안되는 엉터리 조사 결과를 공표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총선부터 활성화된 인터넷 여론 조사는 적은 경비와 노력으로 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처럼 조작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게다가 유권자 개인정보 밀거래도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유권자 명단이 여론조사기관으로 흘러들어가 유권자의 출신지 및 전화번호까지 유출돼 여론조작에 이용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정작 중요한 공약에는 관심이 없고 숫자로 명시된 지지율 올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듯 하다.

그렇게 파행적인 과정을 통해 나온 높은 지지율로 당선의 유력함을 과대선전하고 유권자들에게 투표하도록 강요한다.

한 표라도 더 받을 수 있다면 불법적 행동이건 유권자의 권리 침해건 인정사정 보지 않는 것이다.

물불 가리지 않는 '무대포' 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사실 여론조사는 유권자에게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후보자에게는 유권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이용돼야 한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에 개입하면서 유권자들의 알 권리는 철저히 침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치인들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40%대를 밑도는 '여론조사 신뢰도'가 보여주듯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견과 판이하게 다른 여론조사를 무조건 믿을 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여전히 영화 '웩더독(Wag the Dog)'의 대통령처럼 완벽하게 국민들을 속일 수 있다고 자신만의 착각에 빠져있다.

그들은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 여론을 등에 업고 당선해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라 생각할 뿐 국민의 공복임은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선거를 한 달 앞둔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가 마치 선거결과인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다.

정치인들에게는 남은 선거기간 동안 여론조사의 숫자놀음에 힘쓰기보다는 유권자들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한 정책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선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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