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거운동본부(선본)의 선전지(신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에서 문제가 되었다.

다른 선본의 정책 문구를 신문에 직접적으로 인용, 이를 비판한 것이 상호비판금지라는 시행세칙에 어긋났다는 것. 타선본의 명칭 ·모토·핵심문구를 지칭해 이를 평가할 수 없다는 부칙등에 적용돼 결국 인용문구는 삭제됐다.

‘정말 재미없는 선거’ 올해까지 3번의 선거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선거를 통해 이화내 정치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위상을 세워보지만 ‘토론’이 불가능한 이화의 현 모습을 생각하면 이는 공허할 뿐이다.

토론이라 함은 논리적 근거를 통해 상대방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는 행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선거안에서 보여지는 이화의 토론은 이러한 기본조차 전제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상대방을 평가하되 상대가 누군지 지칭할 수 없다.

상대바의‘무엇’을 평가하는지도 언급해서는 안된다.

도대체 무엇을 비판하는지 내용이 빠져버린 토론, 알맹이는 없다.

저것이 비판인지, 단지 그네들의 정책인지, 아니면 또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건지….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주류니 이슬이니 얼터너티브니 뛰어야 한다느니 모두 잘해야 한다는 소리같긴 한데 매번 모든 후보가 비슷비슷한 내용을 말하고 있다.

학보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후보들은(비록 몸을 사리기도 했지만) 학보사측의 계속적인 요구로 미약하나마 다른 선본의 정책을 언급하며 ‘이 정책을 이러이러한 이유때문에 옳지 않다’고 상대방의 정책 비판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끝날 때쯤 내일 공청회에서 (두고)보자며 이를 박박갈면서(?) 헤어지는 모습들은 과열로 비춰지기 보다는 정책을 도마위에 놓고 토론할 수 있다는 시작점으로 비춰져 즐겁게 바라볼 수 있었다면 이는 후보들의 마음고생을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 생각일까. 그러나 다음날, 공청회는 맹숭맹숭하기 그지 없었다.

타선본에 대한 질문은 시간관계상 애초에 계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방금지’라면서 비판조차 가로막고 있는 현 선거시행세칙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재, 그러한 상호 질문시간이 있었던들 토론다운 토론이 될 수 있었을까. 비판과 비방을 혼돈하는 이화의 분위기속에서 어쩌면 후보들은 다른 선본의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모든 차이를 포용할 수 있는 ‘의젓한’후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이로울’것이라는 생각에 결국 토론은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후보들이 몸을 사리는 동안, 중선관위가 규제만을 가하는 동안 학생들은 ‘그게 그거’,‘모두 똑같은 얘기’라며 선거에 등을 돌리고 있다.

답답한 선거, 속터지는 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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