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Tv 국장 김나미(방송영상·3)

말하는 사람이 존재하려면 듣는 사람이, 듣는 사람이 존재하려면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청중 없이 흐르는 말이 의미가 있을까.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수용의 자세 역시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꼭 보호돼야 할 인간의 기본권 중의 하나로 알고 있지만 수용의 자세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를 남발해 타인의 ‘수용의 권리’까지 침범하고 만다. 자신의 입을 가로막던 손이 사라지자 그 손이 다른 사람의 입을 막고 옆 사람의 귀까지 막아버린 꼴이다.

얼마 전 학교 안에서 대자보가 찢긴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그 대자보에는 두 가지의 표현의 자유가 담겨있다. 바로 대자보를 쓴 사람의 표현의 자유와 그 대자보를 찢은 사람의 표현의 자유이다. 후자는 대자보의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대자보를 찢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누렸다. 하지만 그 표현 때문에 처음 대자보를 쓴 사람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 당했고 다른 학생들은 수용의 자유를 누릴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수용하지 않는 태도는 잘못된 표현으로 이어지고 잘못된 표현은 다시 수용되지 못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 것이다. 타인의 권리까지 침해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설득을 하고자 했다면 그 대자보를 수용하고 이를 반박하는 또 다른 대자보를 이용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와 수용의 자유를 누리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은 주고 받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목소리는 들리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미 대화는 끝난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수용의 자세 역시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되 다른 사람의 입과 귀를 가로막고 있는 자신의 손을 치워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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