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 교수(과학교육 전공)

교양인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일반적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 예절바르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는 도덕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은 이러한 교양인을 양성하는 요람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이러한 교양인이 되기 위한 조건을 더 빨리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학의 다양한 교양과목은 깊고 심오한 내용보다는 사회인으로서 올바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반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생활에서의 가장 큰 목적이 전공분야에서 전문인이 되기 위한 지식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전문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대학 4년은 너무 짧다. 전문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부과정뿐 아니라 대학원 과정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자기 발전을 위해서 평생 불철주야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학부과정에서 교양을 중시하고, 전문과정은 점차 대학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왜냐하면 유능한 전문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양과정에서 얻는 폭넓은 지식과 견문이 밑거름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피라미드의 밑면적이 넓어야 높이 쌓을 수 있듯이, 교양이 풍부해야 높은 수준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래전부터 외국 유명 대학들은 박사과정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선별할 때, 학부 및 석사과정을 다른 분야에서 이수한 학생을 선호하는 사례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또 최근의 노벨상도 간학문적 특성을 가진 영역에서 점차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면, 유전 현상을 화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이나 혹은 물리학과 화학을 접목한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의 발명 등과 같은 업적이 있다. 방송인으로서 성공한 이대 동문 김주하 MBC 아나운서도 자신이 과학을 전공한 것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전문인이란 특정 분야에서 남다른 업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며,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일에 특별한 지식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전문인이 되는 데는 너무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탑을 높이 쌓는 데만 전력을 쏟아서는 안 된다. 높은 탑을 쌓기 위해서는 넓게 쌓는 지혜가 필요하며, 깊은 우물을 파기 위해서는 넓게 파는 인내가 필요하다. 남들보다 당장은 낮고 얕을지 모르나 시간이 흐를수록 승리는 이 사람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 지금 교양을 쌓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 후일 전문가로 높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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