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ouse(이하우스)와 한우리집에 거주하는 학부생들은 그동안 통행금지(통금) 시간 이후에 기숙사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벌점 2점을 받았다. 그러나 2024학년도 1학기부터 벌점이 0.5점으로 인하되며 ‘통금에 맞춰 들어와야 한다’는 사생들의 불안한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통금 시간은 자정~오전5시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통금 시간을 연장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점에서 0.5점으로, 통금시간 지각 벌점 인하

우리대학의 기숙사 통금 시간에 대한 사생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기숙사 사생회에서의 논의 뿐 아니라 일반 사생들도 의견을 내왔다. 1월19일, 이화에 바란다에는 “기숙사 통금 시간 연장 건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13일 오후10시 기준 286개의 동의가 달렸다. 기숙사 행정실 측에서는 이 글에 “제안한 내용 외에도 다양한 방안들을 고려해 왔고, 차츰 시행할 예정”이라며 “통금 시간에 대한 벌점을 2024학년도 1학기부터 조정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2024학년도 1학기부터 통금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받게 되는 벌점은 2점에서 0.5점으로 인하됐다. 20번 어겼을 때 퇴사 기준에 다다르는 것이다. 무단 외박도 3점에서 1점으로 낮아졌다. 정소연 기숙사 관장은 “2023년 8월 기숙사 관장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기숙사 측에서 통금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며 “사생들이 통금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들을 완화하기 위해 만든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다수의 사생은 여전히 이른 통금 시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벌점만 인하됐다. 한우리집에 거주 중인 김세윤(경영・21)씨는 “1시간 정도만 늘려줘도 학생들에게는 충분하다”며 “0.5점도 벌점인데, 벌점을 받는 것보다는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 학생들의 자유를 더욱 보장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숙사의 통금 시간 지각 벌점 인하 결정 회의에 사생들이 직접 참여할 기회는 없었다. 정 관장은 “이번 벌점 조정은 기숙사 교직원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0.5점’이라는 벌점은 강의 출석 제도에서의 개념을 빌려왔다. 교수의 재량도 있지만 대부분의 강의에서 결석의 경우 1점 감점, 지각의 경우 0.3~0.5점을 감점한다. 이와 같이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인지하고 있을 지각에 대한 불이익의 기준을 기숙사에도 적용한 것이다. 또한 정 관장은 “사생들의 주된 지각 사유인 시험공부, 본가 방문, 학과 및 동아리 행사 등의 횟수를 고려했을 때, 벌점 누적이 20번까지 허용될 기회가 있다면 사생들이 퇴사를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벌점 인하, 학생들의 의견은

이대학보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현재 기숙사에 거주 중인 사생, 과거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 77명에게 통금 벌점 인하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인하된 벌점에 만족하는 학생은 82%였다. 그 이유로는 2점에서 0.5점으로 인하돼 예전보다는 통금 시간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통금이 있는 것 자체가 성인으로서 자기 자신을 책임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학교와 학생들의 입장 사이 합의점을 잘 찾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반면, 희망하는 통금 제도에 대해서는 출입 가능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35%, 통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0%였다. 대다수의 학생이 현재의 통금 제도가 벌점 인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금 시간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현재 통금 시간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3%에 불과했다. 이외에는 시험 기간 등 예외적인 기간에 유동적으로 통금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 19%, 기타 의견으로 시험 기간 출입 가능 시간 연장과 통금 시간 조절을 모두 원한다는 응답이 있었다.

정 관장은 “출입 가능 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며 “이하우스와 한우리집에 약 3000명의 사생이 있는데 시간을 조정하기에는 여러 의견이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생들 개인마다 귀소 일정이 다양하기에, 이를 고려해 통금 시간을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기숙사 측의 의견이다.

 

통금 제도, 당장의 변화는 어려워

2점에서 0.5점으로 벌점이 인하되며 사생들이 통금 제도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생이 통금 시간 조정 등, 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 관장은 사생회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학생이 한 공간에서 모여서 사는만큼, 여러 견해가 존재했다”며 “통금 제도 자체의 존폐를 따지기보다는 함께 안전하게 지내며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의견 또한 통금 제도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과거 사생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들의 완강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조사 시기, 방법 등 설문조사에 관련된 자료는 현재 남아있지 않다. 기숙사 측은 학생들에게 상점 획득의 기회를 확대하고, 벌점을 삭제하는 방법을 다양화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