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지나면, 카드를 갖다 대도 기숙사의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다.  조은지 기자
자정이 지나면, 카드를 갖다 대도 기숙사의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다. 조은지 기자

 

자정이 되기 5분 전, 학생들은 곧 문이 닫힐 기숙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후11시40분, 셔틀버스 막차가 떠나면 학생들은 기숙사까지 가파른 경사를 걸어 오른다. 11일(월) 오후11시57분, 굽 높은 구두를 벗어 손에 든 채 맨발로 뛰어오는 학생의 모습도 보였다.

문이 닫히기 직전 온 힘을 다해 뛰어 들어온 김휘서(인공지능·23)씨는 벅찬 숨을 몰아쉬었다. 김씨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 한 달에 한두 번씩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적어도 대중교통 막차 시간 끝나고 기숙사 도착하는 시간을 고려해 통행금지(통금) 시간을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교 세 기숙사 중 통금 시간이 없는 I-House(아이하우스)를 제외한 E-House(이하우스)와 한우리집의 통금시간은 자정~오전5시다. 이 시간에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경비실 출입기기에 학생증 카드를 찍어야만 한다. 지각생 명단 확보를 위해서다. 지각한 기숙사생은 벌점 2점을 받는다. 벌점은 6개월마다 갱신된다. 갱신되기 전, 10점 이상의 벌점이 쌓이면 퇴사조치가 이뤄진다. 이하우스 기숙사 행정실에서는 “이하우스의 경우 중간고사 기간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하루 평균 10명, 이후에는 20명 내외의 지각생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벌점을 받지 않기 위해 급히 뛰어오거나, 아예 통금 시간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밤을 새기도 한다. 이하우스와 한우리집에 각각 1년 거주한 김은솜(컴공·22)씨는 “지방 본가에 다녀오면, 차가 막혀 통금 이후 기숙사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며 “짐이 많지만 벌점으로 인한 영구 퇴사 조치가 두려워 문이 열린 학교 건물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바를 끝내고 통금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뛰어 올라가다 넘어진 기억을 떠올렸다. 김씨는 “통금이 오히려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어 과연 기숙사 통금이 진정 학생들을 위한 제도인지 의문”이라 말했다. 

모든 학생들이 통금 제도 폐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백지민(소비·23)씨는 “모두가 잠든 시간, 외부인의 출입을 방지하기 위한 통금 시간은 사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아(사학·20)씨도 “통금이 완전 사라지면 지나치게 어수선해질 것 같다”며 “대신 시간을 조금 늦추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금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기숙사 측이 통금 시간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외부인 출금 통제, 기숙사생의 수면권 보장, 학부모 요청 때문이다. 기숙사 관계자는 “(통금 제도는) 심야 시간 외부인 출입에 따른 위험 요소를 통제해 기숙사생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며, 사생 간의 다양한 생활방식이 충돌하는 가운데 룸메이트의 휴식 및 수면권의 보장을 위해 통금 시간제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을 기숙사에 맡겨주신 학부모들의 요청도 또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사생 대다수가 교환학생, 언어교육원생 등의 외국인 학생인 아이하우스에는 통금 시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외국인 학생들이 생활해 온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고려했다”는 것이 기숙사 측의 설명이다. 외국인 학생에게는 ’통금’이라는 제도가 낯설다는 것이다.

아이하우스, 한우리집에 거주하는 대학원생에게도 통금 시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늦은 시간까지 연구, 실험 등이 이뤄지는 대학원생에게 학업적인 지원을 위해서’가 그 이유다.

통금 제도, 달라질 수 있을까

8월26일 연세대는 오전2시~5시였던 통금 시간을 폐지했다. 고려대는 2013년 남자 기숙사의 통금 시간을 없앤 것에 이어  2017년 상반기에 여자 기숙사의 통금 시간도 없앴다. 이외에도 중앙대 기숙사는 시험 기간만큼은 통금 시간을 해제한다. 타 대학의 기숙사 통금 해제 소식에 조승희(국교·23)씨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며 “새벽 2~3시쯤 되면 대부분 가게들은 문을 닫고 기숙사에는 들어갈 수 없어 바깥을 나돌게 돼 더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숙사 행정실에는 연간 2~4건 정도의 통금 연장 또는 폐지에 대한 건의 사항이 들어온다. 기숙사 측은 “대부분의 사유는 개인적인 아르바이트”라며 “학생 다수의 안전과 휴식 및 취침권 보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하에 통금 시간 폐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식 학과 행사, 위급상황 등의 불가피한 이유로 통금 시간 이후 기숙사를 출입해야 하는 이하우스와 한우리집 학부생은 기숙사 행정실에 증빙서류를 사전에 제출하면 검토를 진행해 허가받는다. 이선아(간호·23)씨는 “신촌 주변에는 새벽 12시~1시에 끝나는 아르바이트 공고가 많이 올라오는데 통금 때문에 지원하지 못했다”며 “최소한 아르바이트와 같이 생계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증명서를 떼오면 통금 시간을 미뤄주는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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