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기준 최대 6만5000원의 금액으로 서울 시내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강연수 사진기자<strong>
한 달 기준 최대 6만5000원의 금액으로 서울 시내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강연수 사진기자

서울시가 내놓은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2000원 또는 6만5000원(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 포함)으로 서울 시내 지하철과 버스를 무한으로 탈 수 있는 서비스다. 기후동행카드는 1월27일 출시된 이후 2월22일까지 46만6000장이 판매됐다.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서울시가 분석한 사용 양상에 따르면, 구매자 중 20대가 30%, 30대가 29%로 2030청년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는 59%를 차지했다. 또한, 서울시는 2월26일 기존 기후동행카드 요금보다 7000원씩 저렴한 청년 할인 혜택을 시작하며 청년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 경제적으로는 ‘청년 동행’ 성공

기후동행카드가 청년층, 특히 대학생에게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이득이다. 서강대 유서진(경영·22)씨는 학교 통학과 알바, 친구와의 약속 등의 이유로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유서진씨는  교통비로 한 달 평균 10만 원을 지출했지만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한 후 약 5만 원을 절약했다. 금액이 고정돼 있으니 돈 걱정 없이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있다. 유서진씨는 “카드 사용 후부터는 평소보다 더 돌아다녔다”며 “이미 지불한 금액이라 생각하니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온 홀랑(Khulan·심리·24)씨도 뉴스를 통해 기후동행카드를 접하고 출시 직후부터 사용 중이다. 홀랑씨는 “평소 6만2000원 이상으로 교통비를 사용해 이득을 본다”며 “주변인들도 많이 쓰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후동행카드는 대학생의 교통비 절약을 돕는 동시에 기존 교통 카드 사용 방식의 불편함도 해결해 준다. 김유민(화학·23)씨는 기후동행카드가 발행된 첫 날 사용을 시작했다. 그는 경제적 절약 측면과 더불어 부가적인 요소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김씨는 “모바일 카드 발급 후 매달 정해진 때에 충전하면 되는 간편함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유금조(교육학 전공 석사과정)씨도 모바일 티머니 앱을 통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한다. 선불교통카드를 사용하던 유금조씨는 잔액이 떨어질 때마다 충전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모바일 티머니 앱에서 기후동행카드는 매달 정해진 날짜에 계좌이체로 입금만 하면 된다. 유금조씨는 변화된 방식에 만족하며 “날씨가 풀리면 따릉이 통합 요금권을 사용해 한강에 가는 등 기후동행카드를 유용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조사 애플의 보안 정책으로 모바일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폰 이용자도 있다. 백가민(정외·21)씨는 ”매달 현금을 인출하고 지하철 역사까지 가서 충전하는 게 번거롭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홀랑씨도 마찬가지로 현금으로 결제하는 선불 충전 방식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꼈으며 “계좌 이체 방식도 가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청년이 기후동행카드와 동행할 수 있을까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해 등교하는 우리대학 재학생의 모습. 강연수 사진기자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해 등교하는 우리대학 재학생의 모습. 강연수 사진기자

기후동행카드가 서울시의 모든 청년에게 이점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에서 우리대학까지 통학하는 신연경(경영·20)씨는 기후동행카드 사용을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시내 대중교통에 한해서 사용 가능하기에, 경기도와 서울 시내 교통을 모두 이용하는 신씨에게는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한 탓이다. 이수빈(경영·20)씨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할 때 이용하는 시외버스의 비용이 교통비에서 가장 큰 지출 항목을 차지하지만, 기후동행카드로는 이를 지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수빈씨는 “서울 시내에서 교통비로 지출하는 돈은 (6만2000원보다) 훨씬 적다”며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체크카드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기후동행카드 정책 발표 당시 경기권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 시민이 얻게 되는 경제적 편익을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어떤 비율로 부담할지 정하지 못해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통 복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후동행카드 재고 소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이대역 고객안전실 문 앞에 붙어있다. 강연수 사진기자
기후동행카드 재고 소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이대역 고객안전실 문 앞에 붙어있다. 강연수 사진기자

박정수 교수(행정학과)는 기후동행카드의 향후 과제로 ‘다른 교통 복지 정책과의 중첩성’과 ‘거주 지역에 따른 복지 소외 문제’를 지목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시민의 경제적 편익이라는 정책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 지역의 확장은 물론이고, K-패스 등 다른 교통 복지 정책과의 연동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꾸준히 제기된 ‘기후’와의 동행 실패 문제에 대한 고민도 존재한다. 실질적인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자차 이용자가 대중교통 이용자로 유입돼야 하는데, 현 정책 수혜자의 대부분이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윤경 교수(경제학과)는 “기후동행카드 정책이 대중교통 활성화에는 당연히 기여하겠지만, 자차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정책 목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한양대 고준호 교수(도시공학과)는 단기적인 탄소 배출 저감 효과보다 대중교통 이용 습관 형성을 통한 장기적 정책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교통 행태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습관“이라며, 기후동행카드를 통한 장기적 시민 의식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정책의 주 수혜자인 청년층에게 대중 교통 이용을 장려함으로써 소득 수준이 높아진 청년들이 향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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