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코로나 학번이라는 씁쓸한 수식어로 불린 19, 20학번이 어느새 졸업한다. 2185명의 졸업생이 이화를 떠나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졸업생 중 19학번은 735명, 20학번은 518명이다. 이대학보는 코로나 19로 기존과 같은 대학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던 시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만의 경험을 한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하는 대학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류양현씨. 제공=류양현씨
원하는 대학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류양현씨. 제공=류양현씨

 

코로나로 바뀌어야만 했던 일상

“관객이 사라지면서 활동 자체에서 활기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이민경(사회·24년졸)씨는 댄스 동아리 언타이틀(Untitle)에서 3년간 활동했다. 이씨는 2019년~2021년 동아리 활동을 하며 대면과 비대면 상황을 모두 겪었다. 비대면 활동이 시작된 2020년부터는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규제로 4명씩밖에 연습을 못해 5인 이상 안무를 4인 안무로 수정해야 했다. 다인원이 한 번에 모이지 못하자 부원 간의 교류도 쉽지 않아졌다. 모든 부원이 같이 연습하는 방식에서 곡별로 연습하는 것으로 바뀌어서 활동 내내 못 만나는 부원도 있었다. 공연을 선보이는 동아리원으로서 비대면 상황에서 겪는 고충도 있었다. “춤은 보여주기 위한 활동인데 비대면이라 관객이 사라졌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김영서(생명·24년졸)씨가 활동했던 응원단 파이루스(Pyrus)도 마찬가지였다. 신입 부원들은 현장에서 선배가 안무를 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지 못하고 영상만 보며 따라 해야 했기에 동작을 익히기 쉽지 않았다. 김씨는 “선배와 동기들을 한 번도 못 만나고 혼자 연습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상황 속 응원단 활동에 부담을 느낀 부원들도 많았다. “처음 뽑힌 인원은 10명 내외였지만 마지막에는 3명이 남았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류양현(체육·24년졸)씨도 입학 초반에 대학 생활을 대면으로 즐기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대학에 합격을 했는데도 대면으로 학교에 가지 못했을 때였다. 대학에 합격하고 눈물을 펑펑 흘릴 정도로 좋았던 류씨는 본가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것을 가장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본가에서 지내야만 했던 류씨는 “서울에 너무 올라가고 싶었는데 올라갈 수가 없어서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영서씨가 파이루스 단복을 입고 ECC에 당당하게 서 있다. 제공=김영서씨
김영서씨가 파이루스 단복을 입고 ECC에 당당하게 서 있다. 제공=김영서씨

 

극복을 위한 돌파구

이씨는 코로나 19로 인한 대면 활동의 위기를 관객과의 비대면 소통을 통해 극복했다. “촬영과 편집 기술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그는 안무 영상과 브이로그 등의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상팀도 신설해 영상의 완성도를 높였다. 직접 공연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온라인으로 언타이틀의 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씨는 신입 부원들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할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존 부원과 신입 부원의 친목을 도모하는 ‘친해지고파' 콘텐츠를 새로 만들었다. 선호하는 댄스 장르가 비슷한 부원들끼리 대면으로 만나 안무를 연습하는 활동이었다. 같은 연습곡에 투표한 부원들은 만남 전에 미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익명으로 대화했다. 이씨는 “서로가 누군지 모르니까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며 “후배들이 격식 없이 말하고 편하게 대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코로나를 극복하고자 새롭게 도입한 것이 이제는 언타이틀만의 문화로 정착됐다.

“학교에 온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류씨는 2020년 2학기에 기숙사 E-HOUSE(이하우스)에 지원해 서울로 올라왔다. 여전히 비대면 학기였지만, 대학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비대면 수업 방식은 일정표를 비교적 자유롭게 짤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류씨는 이 점을 활용해 더 적극적으로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체육과학부는 전공 실기 강의가 운동 수업 특성상 비대면 학기에도 대면으로 진행됐기에 전공 실기 강의를 동기를 만나는 기회로 삼았다. <수상스포츠> 수업으로 동기들과 한강에 가 수상스키를 타고 <댄스> 수업을 들으며 실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송예진(과교·24졸)씨도 2020년 2학기 이하우스에 들어와 대면으로 친구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분반 대표를 맡았던 송씨는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그해 1학기에도 동기 간의 결속력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카카오톡 학과 단톡방에서 같은 지역에 사는 친구를 찾는 활동을 추진했다. 송씨는 이 활동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친구 3명을 만나 같이 과제를 했다. “소규모라도 대면으로 동기와 만나 애틋함이 생겼다”며 “덕분에 오히려 결속력이 있는 과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분반 대표로서 동기 간의 결속력을 높인 송예진씨. 제공=송예진씨
분반 대표로서 동기 간의 결속력을 높인 송예진씨. 제공=송예진씨

 

코로나가 남기고 간 가치

이씨는 자신의 비대면 대학 생활에 대해 “코로나 19 상황을 극복하려 노력하며 활동을 이어나간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넉넉해 동아리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고, 그 시기를 즐기기 위해 최대한 애썼기에 후회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언타이틀에서 회장으로 활동하며 “내가 확고하고 자기주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더 주도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단원이 3명만 남았던 시기를 회상하던 김씨도 “그 당시 고민이 많았지만 오히려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단원들과 더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파이루스가 잘 이어져 오고 있다는 데에 기쁨을 표했다.

송씨는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대면과 비대면 수업 방식 중 어느 방식을 택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대면을 고를 것”이지만 “코로나 19를 경험한 이후의 대면 학기를 고를 것”이라고 답했다. 비대면 학기를 거치며 온라인 프로그램이나 화상수업 방식이 활성화된 것처럼, 비대면 시기를 극복하려고 만든 것들이 코로나 19 이후에도 유용하게 쓰여 오히려 지금이 더 좋다는 것이다.

 

댄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주도적인 사람이 된 이민경씨. 제공=이민경씨
댄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주도적인 사람이 된 이민경씨. 제공=이민경씨

코로나 학번이 대학에서 마주한 현실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코로나 19의 유행으로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은 학생들이 꿈꾸던 대학생활과는 달랐고 매번 바뀌는 상황에 대처하는 일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어려웠던 시간은 졸업생들을 한층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졸업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 위기를 극복했다. 더욱 단단해진 그들은 이제 넓은 세상으로의 도약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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