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22일에 걸친 제56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배리어프리 기표소 한 개가 학생문화관(학문관) 1층 로비에 설치됐다. 2018년 본교에 처음으로 설치된 배리어프리 기표소가 대면투표 재개와 함께 4년만에 돌아왔다. 2020년~2022년까지는 총학 선거가 비대면으로 진행돼 배리어프리 기표소가 필요하지 않았다.

제56대 총학생회 선거를 위해 학생문화관 1층에는 호크마대 기표소와 더불어 장애 학생을 위한 배리어프리 기표소가 설치됐다. 왼쪽의 일반 기표소와 달리 높이가 낮게 설치된 오른쪽 배리어프리 기표소의 모습.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제56대 총학생회 선거를 위해 학생문화관 1층에는 호크마대 기표소와 더불어 장애 학생을 위한 배리어프리 기표소가 설치됐다. 왼쪽의 일반 기표소와 달리 높이가 낮게 설치된 오른쪽 배리어프리 기표소의 모습. 이자빈 사진기자

배리어프리 기표소는 일반 기표소와 높이 차이가 있다. 일반 기표소는 서서 투표하기 때문에 책상이 높지만, 배리어프리 기표소는 휠체어에 앉은 높이를 고려해 낮은 책상을 사용한다. 투표용지의 경우에도 배리어프리 기표소는 점자투표용지나 파일에 점자스티커를 부착한 뒤 구멍을 내 용지를 끼워 투표하는 ‘점자 안내판’을 사용한다.

점자스티커가 부착된 파일에 투표 용지를 넣고 뚫린 부분에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제공=장애학생지원센터
점자스티커가 부착된 파일에 투표 용지를 넣고 뚫린 부분에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제공=장애학생지원센터

이번 선거부터는 총학생회, 단과대학, 과 대표 선거의 점자 안내판이 추가됐다. 올해 배리어프리 기표소 이용자는 총 34명으로, 이중 점자 이용자는 2명이었다. 보행에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32명이 배리어프리 기표소를 찾았다.

22일, 시각 장애를 가진 ㄱ씨는 성인이 된 후 첫 투표를 치뤘다. ㄱ씨는 투표 과정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후보자 공약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에 어려움을 느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가 정책 공약집 ◆대체 텍스트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으나 학생에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것이다. ㄱ씨는 “대체 텍스트가 있는 것도 몰랐다”며 “(시각 장애인도) 공약에 접근하기 쉬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중선관위가 설치한 배리어프리 기표소는 학문관 1층이 유일했다. 중선관위는 효율성을 고려해 학문관 1층에만 호크마 기표소와 함께 배리어프리 기표소를 마련했다. 학문관 1층은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위치해 장애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고, 시각 장애인 학생이 리모콘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음향신호기’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된 곳이다. 중선관위는 다른 단과대학에 기표소를 도입하지 못한 이유로 ▲예산 확보에서의 시간 부족 ▲촉박한 제작 일정 ▲건물별 배리어프리 기표소 설치 가능 여부 등 운영 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체 단과대학 건물로 배리어프리 기표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현재 약학관, 헬렌관 등 일부 건물은 휠체어 진입조차 할 수 없다.

이화·포스코관(포관)에는 점자투표용지는 없지만,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기표소가 마련됐다. 완전한 배리어프리 기표소를 갖추진 못했으나, 단과대학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포관에서 투표한 지체 장애를 가진 이주현(정외·20)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 투표해야 하는 장애학생은 지정된 배리어프리 기표소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장애인 등록증을 제시해 어느 기표소에서든 투표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관에 있는 투표소는 점자투표용구가 완성되기 전 개시돼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표 환경을 조성하지 못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중선관위의 요청에 따라 2018년부터 배리어프리 투표를 지원해왔다. 2018년에는 저시력 학생들을 위해 글자를 크게 볼 수 있는 확대경 등의 보조기기를 대여했다. 2019년부터는 총학생회 선거를 위한 점자투표용지를 만들었다. 휠체어 이용 장애 학생의 편리한 투표를 위해 책상의 높이도 낮게 조절했다. 배리어프리 기표소 설치는 선거 일정에 맞춰 긴급히 진행됐기에 항상 논의 시간이 부족했다. 점자투표용지 등 투표용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후보자가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학생 지원센터 류제흥 센터장은 “올해는 투표소 지킴이 교육, 투표 용구 등을 마련하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장애 학생의 투표권과 같은 기본권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대체텍스트: 웹 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글이나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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