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책으로 세상을 읽다, 나눔으로 세상을 보다.’ 책을 통해 본 세상을 이야기하고, 나눔의 경험을 또 한 번 나누는 제9회 이화 에크리(에크리)가 9월21일 ECC 극장에서 개최됐다. 에크리는 학생들의 성찰적 사유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호크마교양대학이 주관하는 글쓰기 대회로, 필독 도서 5권 중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쓰는 서평 부문과 주어진 주제어 중 2개를 연결해 에세이를 작성하는 나눔 에세이 부문이 있다. 이번 에크리는 서평 부문 52명, 나눔 수기 부문 34명이 참여했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인 이번 행사에서 수상을 거머쥔 이화 대표 글쟁이들, 서평 부문 1등 김선우(통계·22)씨, 2등 박수경(경제·23)씨, 3등 임소원(국문·22)씨, 나눔 수기 부문 1등 강지혜(영문·23)씨, 2등 박기선(소프트·18)씨, 2등 정예림(문정·23)씨를 만나봤다.

제9회 이화 에크리 나눔 에세이 부문 1등 수상자 강지혜씨가 시상식에 참여해 상장을 수여받고 있다. 백가은 기자
제9회 이화 에크리 나눔 에세이 부문 1등 수상자 강지혜씨가 시상식에 참여해 상장을 수여받고 있다. 백가은 기자

 

나눔 에세이 부문은 주어진 주제어 3개 중 2개를 선정해 나눔 정신의 실천 경험을 작성해야 한다. 이번 에크리의 나눔 에세이 부문은 총 34명이 참가했으며 수상자는 6명이다. 주제어는 ‘행복’, ‘환경’, ‘정의’였다.

1일(수) ECC B154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등 수상자 강지혜(영문·23)씨는 “대회를 통해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며 “글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등 수상자 정예림(문헌·23)씨는 “이화에서 양질의 대화로 소통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글이 읽히고 평가받을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강씨, 정씨와 공동 2등 박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세 수상자 모두 행복과 환경이라는 키워드로 에세이를 작성했다. 

 

평소 글쓰기 습관은

지혜: 기록을 자주 하는 편이다. 긴 글을 쓰진 않더라도 짧게 하루에 깨달음이나 감사한 순간을 기록한다. 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 같은 디지털로 남겨두고 따로 게시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강아지와 산책하는 순간마다 내가 이러한 순간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 일기를 쓴다. 

예림: 일기를 좋아하고 많이 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써왔다. 짧게도, 길게도 써서 석 달에 한 번 정도 A4 1~2장 분량으로 쓴다. 저는 저 자신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 마음에 든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 맛을 즐길 줄 아는 것도 좋고, 슬픔을 느끼고 눈물로 표출할 줄 아는  게 좋다. 그래서 감정에 대한 일기를 쓴다. 

 

키워드를 어떻게 조합했나

지혜: ‘나눔 받을 권리’를 주제로 작성했다. 우리 사회가 나눔 제공자와 수혜자 중에 제공자의 입장에서 나눔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수혜자에게도 받을 나눔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이것이 사회적 정의로 이어진다. 수혜자가 본인이 원하는 나눔을 받을 때 비로소 진정한 나눔이 될 수 있다고 연결 지어 썼다. 

기선: ‘정의’와 ‘행복’을 핵심 키워드로 두고 작성했지만 ‘환경’도 에세이에 녹여냈다. 정의를 ‘justice(공정)’가 아닌 ‘definition(사전적 정의)’로 해석했다. 우리는 성취의 순간 뿐만 아니라 그 순간을 주변과 나눌 때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눌 때의 행복은 자주 간과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눔에서 오는 행복의 정의에 관해 썼다. 나눌 수 있는 주변 환경의 소중함을 언급했다. 

예림: 나눔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작성했다. 각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정의(justice)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정의는 기득권 입장에서 정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행복한 나눔을 위해서는 각기 다른 정의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나눔의 경험은 

예림: 수능이 끝나고 대학 입학 전 겨울에 장애인 특수학교에서 한 달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발달 속도가 느려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것을 어려워하는 친구가 있었다. 교내 놀이 공간에서 그 친구와 놀아주곤 했다. 봉사를 나간 지 2주가 지나자 그 친구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최대한 앉아있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그동안 나의 시선과 정의로 이 친구를 판단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에세이에 녹였다. 

 

기선: 보통 행복의 정의를 물어보면 성취의 순간 같은 찰나를 이야기한다. 예전에 ◆구시가지에 살 때 버스에 탄 아주머니께서 ‘내가 이 동네만 뜨면 소원이 없겠네. 나는 언제쯤 분당에 살아보나’라고 말한 걸 듣고 기분이 나빴다. 지금 되돌아보면, 주변 환경에 만족하고 있던 내 행복이 타인에 의해 함부로 정의됐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아주머니도 분당으로 이사 가는 순간에는 행복하겠지만, 이후 성취해야할 것이 계속 생기셨을텐데 성취의 순간은 아쉽게도 짧다.  그렇기에 행복을 더욱 주변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눔리더십’을 수강하며 본교 재학생 사이에 공익을 나누고자 한 경험이 있다. 본교 신입생을 위해 건물 사이 소요 시간, 지름길 등을 담은 지도를 제작했다. 이때,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느꼈고 이것이 나눔의 특징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실천하고 싶은 삶 속 나눔

지혜: 썼던 글처럼 나눔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고민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나눔을 제공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막상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필요하지 않거나 원치 않는 도움일 수 있다. 관점을 달리해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

예림: 틈틈이 봉사활동을 하는 편인데 단적인 예로 이번 겨울 이화봉사단 활동이 있다.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나눔 제공자와 수혜자 모두에서 일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시적으로 도움만 주는 봉사의 문제의 해결책은 체제 정비라고 생각한다. 관련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 장래 장애인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도서관에 비해 장애인 도서관의 시설 정비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를 변화시키고 싶다. 

기선: 현재 사회적 경제 창업 아카데미와 배리어프리 공모전을 준비 중이다. 준비하면서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실제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때, 사용 방식이나 필요성에 대해 훨씬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작동 방법도 버튼을 보고 누르는 비시각장애인과 달리 시각 장애인은 음성을 듣고 버튼을 누르는 횟수로 의사를 구분한다. 무언가를 나눈다면 정말 필요한 나눔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할 예정이다. 

◆구시가지 : 신도시와 구분되는 구도심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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