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대 총학생회(총학) 건설을 위한 유세가 한창이다. ‘스타트’와 ‘초록 바람’ 두 선거운동본부(선본)가 출마했다는 소식에 학생들 사이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스타트의 정후보 박서림(체육·20)씨는 정당 유착 의혹을 받고 있고, 초록 바람의 정후보 김수아(관현·20)씨는 2023년 1월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스타트 정후보에게 제기된 정당 유착 의혹

스타트의 정후보 박씨는 진보당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씨가 제52대 총학 ‘이모션’(Emotion)의 권리연대국 국원으로 활동했던 까닭이다. 2020년 11월 이모션의 사업 운영 과정에 진보당이 관여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학생문화관(학문관)에 붙었고, 이모션 일원이던 박씨 또한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됐다. 이모션은 본지1609호(2020년 11월30일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논란을 해명한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모션 총학생회장 오희야(자연·17)씨는 “총학은 대자보 내용처럼 특정 정당의 월권으로 부적절한 의사결정 기구로서 총학 사업을 진행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박씨를 향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비판하는 첫번째 이유는 개인의 신념을 주장할 때도 ‘이화여대’ 소속이라는 것을 명시한다는 점이다. 박씨는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 바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9월23일 기후정의 행진 ▲8월29일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대학생 원정단 ▲8월16일 SPC샤니 성남공장 사망사고 진상은폐 의혹 기자회견에 참가한 전적이 있다. 박씨는 바위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박씨가 본교의 이름으로 정치 활동에 참여했다는 내용의 성문화된 문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이화여대’ 전체가 아닌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 바위’로 특정해 활동했으며, 교표를 활용한 적도 없다.

두 번째는 박씨가 향후 총학에 당선된다면 정치 활동에 전념하느라 총학 업무에 소홀할 것이라는 우려다. 정치 활동으로 인한 총학 업무 소홀에 대한 우려는 이모션으로부터 비롯됐다. 이모션은 당시 진보당과 유착해 정치 활동을 한다는 의혹과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당시 중운위에 속해있던 ㄱ씨는 “중운위 업무는 아니지만 내가 맡았던 단대, 학생자치 업무에서는 직접적으로 정당 월권의 영향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총학이 방어적으로 나와 의사결정이 지체된 적은 있으나, 정치 활동을 하느라 학생 자치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중운위 관계자로, 특정될 수 있어 익명 표기를 요청했다.

박씨는 14일 이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을 향한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이모션의 일원일 때도, 지금도 특정 정당과 연관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박씨는 “애초에 총학이 정당과 유착되는 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고, 정당과 유착된 것 또한 당연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록 바람 정후보에게 제기된 동문 고소 논란

초록 바람의 정후보 김씨는 제55대 총학 선본 ‘뉴화’(New:ha)의 부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뉴화는 경고 3회가 누적돼 후보 등록이 취소됐다. 이에 뉴화는 경고 조치를 한 선관위를 고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뉴화가 선관위를 상대로 한 조치는 고소가 아닌 ‘가처분 신청’이다. 뉴화는 2023년 1월4일 법원에 선본의 지위 보전을 목적으로 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가처분 신청은 민사 사건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판결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임시적으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법적 조치다. 가처분 신청은 개인을 소송하는 형사 소송과 달리, 단체를 대상으로 신청해야 한다. 뉴화는 선관위나 비대위가 아닌 총학을 대상으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선관위는 해체돼 단체로 인정되지 않았고 비대위는 신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상위 기관인 총학을 대상으로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다. 뉴화는 총학이 아닌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것을 명시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의 ‘당사자 지위’ 부분에 각주로 선관위의 이름을 기재했다.

이후 뉴화는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고, 고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씨는 “고소하면 약 1년 동안 법적 다툼을 해야 하는데 고소 진행 중에는 보궐 선거에 나갈 자격을 얻지 못한다”며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할 마음도 없었고 가처분 신청으로 알고 싶은 내용을 확인했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 나가고자 취하했다”고 말했다.

고소는 수사기관에 범죄 주체의 처벌을 요구하는 의사표시로, 형사소송법에 관한 개념이다. 뉴화와 선관위의 관계는 형사소송법이 아닌 민사소송법에 알맞다. 형사소송법은 국가의 형벌권 실천을 요구하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민사소송법은 사법적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뉴화는 선관위에 민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초록 바람 정후보에게 제기된 소수자 혐오 논란

뉴화는 2022년 11월17일에 시행된 제55대 총학 건설을 위한 선거 정책공청회에서 “퀴어퍼레이드 참여가 이화의 모든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활동이 아니”라며 “퀴어퍼레이드 진행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김씨는 “학생 자치 차원에서 사회 소수자 연대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사회연대국을 개설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발언해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학내 소수자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16일에 열린 제56대 총학 건설을 위한 선거 정책공청회에서 퀴어 퍼레이드에 대한 질문이 김씨에게 다시 던져졌지만, 김씨의 대답은 이전과 동일했다. 김씨는 “퀴어 퍼레이드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퀴어 퍼레이드 참여를 공약으로 내거는 건 경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교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인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 준희씨는 “세계적으로 퀴어인권이 확대돼가는 추세에 반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동조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 변날은 익명 활동 단체이기 때문에 준희씨는 활동명 표기를 요청했다.

채식 학식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입장은 달라졌다. 제55대 총학 공청회에서 뉴화는 “채식주의자들이 가격을 더 지불할 게 아니라면 채식주의자가 아닌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채식 학식 재정 확충은 어렵다”며 “채식 학식을 요구할 때 비용에 대한 부분도 살피는 게 비거니즘과 그 외의 학생들을 모두 고려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반면 15일 이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초록 바람은 “아이하우스와 협력하기로 했다”며 “채식 학식 메뉴 다양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채식의 날을 시범 운영해 학생들의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총학 후보에 대한 이화인들의 의견은

ㄴ(디자인· 18)씨는 총학이 있던 2018~2019년을 겪으며 학생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공식 소통 창구 역할의 존재감을 크게 느꼈다. 총학이 학생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과정과 결과를 대자보나 SNS로 보며 이들의 활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ㄴ씨는 총학 후보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어 총학 유무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 조심스럽다는 이유로 익명 표기를 요청했다.

ㄴ씨는 장기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속에서 총학의 빈자리를 더 실감했다.ㄴ씨는 5월 대동제 MC를 총학이 아닌 비대위 대표와 부대표가 맡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또한, 9월 학생들의 진선미관 중식 이용을 자제하라는 학교 측 공지에 총학이 아닌 이화인 수업권 찾기 프로젝트 단체인 ‘클래스업’(CLASS UP)이 진선미관 앞에서 진행한 피켓 시위를 언급하기도 했다.

ㄴ씨는 “비대위 체제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ㄴ씨는 언젠가는 총학이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선본이 없어도 차선과 차악을 가려내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총학 이슈에 관해서는 “현 후보들을 과거의 선본과 완전히 동일시 하는 게 맞을까 싶다”며 “선거 전까지 지금의 선본에 집중해 후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영(융콘·22)씨 역시 비대위와 총학의 간극을 지적했다. 정씨는 “비대위는 말 그대로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만 활동하는 느낌”이라며 “타대처럼 총학이 있으면 학교 생활이 더 윤택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본의 논란에 대해서는 “총학이 주는 대표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총학 건설이 필요하며, 논란은 총학 활동을 하며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ㄴ씨와 같은 이유로 익명을 요청한 ㄷ(커미·21)씨는 “입학 후부터 계속해서 논란이 있는 선본을 접한 경험이 오히려 총학에 대한 관심도를 낮췄다”고 말했다. ㄷ씨는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학생 자치를 책임지는 총학이 필수”지만 “연속적으로 총학 후보에 대한 논란이 퍼지는 걸 보니 투표의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채미(심리·20)씨는 “총학 후보들에게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총학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가 입학한 2020학년도에 총학 이모션이 존재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총학을 실감할 기회는 적었다. 그럼에도 이씨는 비대위보다는 총학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해 총학 건설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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