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670호에서는 10월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이해 동물의 언어를 읽고 그들의 삶을 탐구하는 장이권 교수(에코과학부 생명과학과)를 만나봤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보이는 풍경은 일반 연구실과 사뭇 달랐다. 장 교수의 연구실 한쪽 벽면은 형형색색의 개구리 모형과 그림, 사진으로 장식돼 있다. “사실 개구리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다 좋아요." 장 교수는 유년시절부터 좋아하던 동물들이 의사소통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궁금해했고 그 궁금증을 지금까지 유지하며 연구 중이다. 

 

진화 생물학적 관점에서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장이권 교수.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진화 생물학적 관점에서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장이권 교수. 이승현 사진기자

 

동물의사소통 연구실이란

장 교수의 주 연구 분야인 생물음향학은 행동 생태학의 한 분야로, 동물의 소리를 분석해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장 교수는 “동물의 행동을 해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원숭이가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까지 뛰었을 때 단순히 재미를 위해 한 행동인지, 과시하기 위한 행동인지, 먹이를 찾기 위한 행동인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진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동물의 모든 의사소통을 이해한다. 진화 생물학적으로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그 행동을 하는 개인의생존과 번식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를 기준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장 교수는 “원숭이가 다른 나무로 뛴 행동을 근처에 있는암컷들에게 자기 능력을 돋보이며 생존과 번식에 기여한다고 해석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장 교수의 ‘동물의사소통 연구실’에서는 곤충과 양서류의 의사소통에 주목했다. 장 교수는 개구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장 교수는 “개구리는 사람이나 벌과 같은 동물들처럼 사회를 이루고 살지 않는다”며 “사회적인 동물에 비해 간단한 의사소통을 한다”고 설명했다.

개구리는 단체 생활의 사회를 만들진 않지만, 주변 개구리와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수컷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소리를 발성한다. 자신의 영역에 다른 개구리가 침범하면 경쟁이 일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공간임을 미리 알려 불필요한 싸움을 줄인다. 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찾기 위해 소리 신호를 보낸다. 이런 신호들의 차이를 알아내고 해석하는 것이 장 교수 실험실의 연구이다. 

연구실에서 동물의 의사소통을 알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동물들의 행동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해야 하며 신호를 받은 동물의 반응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 까다롭다. 동물이 특정 신호를 내기 전후에 상대 동물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연구의 기본이다. 장 교수는 “신호를 받은 동물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가 누적되면 특정 신호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측정할 수 있다”고 말하며 실험 과정을 설명했다.

진화 생물학적 관점에서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장이권 교수가 연구실 벽면의 개구리 모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진화 생물학적 관점에서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장이권 교수가 연구실 벽면의 개구리 모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현 사진기자

 

올챙이의 서식지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장 교수는 최근 지구 온난화가 올챙이 서식지의 취약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동성이 높은 개구리의 경우, 원래 서식하던 습지의 물이 오염되면 스스로 서식지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개구리알이나 올챙이는 살고 있던 습지에 큰 변화가 생기더라도 이동하지 못한 채 죽는 경우가 많다. 장 교수는 “개구리의 일생 중 올챙이처럼 이동성이 떨어져 서식지에서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큰 단계를 ‘제한 수명이 높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돼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올챙이와 같이 환경 변화에 민감한생물을 선택하는 것이 관찰에 유리하다. 장 교수는 지구의 평균 기온의 상승과 삼림벌채로 인해 올챙이의 서식지인 습지나 연못의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가속화된 지구 온난화와 삼림벌채로 인해 올챙이의 서식지인 습지나 연못이 말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지금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정도지만 결국 우리 인간들에게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를 진행하며 인간이 바꾼 환경이 다시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목격한다. 장 교수는 “인간에게 더위는 부채질 몇 번으로 해소할 수 있어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자연에서는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이권 교수는 동물 의사소통 연구 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 과학을 위해 자연 탐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장이권 교수는 동물 의사소통 연구 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 과학을 위해 자연 탐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승현 사진기자

 

시민참여과학을 이끄는 지구사랑탐사대의 대장, 장이권 교수

장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가까지 지내왔다. 핸드폰과 게임기가 없던 어린 시절 장 교수는 자연과 동물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온 장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동물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 그는 "귀뚜라미는 명확한 소리를 내고 밖에 나가 늘 볼 수 있는 종이기 때문에 예쁜 것 같다"며 곤충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장 교수는 동물 탐사에 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에코과학부 연구팀과 동아사이언스는 장 교수의 주도하에 2012년부터 시민 참여 과학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 참여 과학은 전문 과학자와 일반인들의 과학활동이다. 장 교수가 이끌며 올해로 11기 탐사대원을 배출한 지구사랑탐사대는 시민참여과학의 일환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의 동물 사진, 동물의 소리신호, 위성항법시스템(GPS) 등을 이용해 생태환경과 동물을 탐구한다. 올해는 전국에서 약 3500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생태 전문가 장 교수와 함께 자연을 탐사한다. 9월26일 서울숲에서는 소리를 이용해 의사소통하는 곤충, 새들의 소리를 탐사했다. 장 교수는 “함께 생물을 찾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시민과학이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자연과 사회에 관심 두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전혀 관심 없던 친구들이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다음에는 동료에 관심을 두게 되고, 더 나아가 사회에 관심을 두게 되는 과정을 보며 참 뿌듯하고 보람차죠.” 장 교수는 앞으로도 시민과학을 위해 세계 곳곳에 사는 동물을 관찰하며 그들의 의사소통을 연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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