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둔 24일, 한산한 서울역 전경. 출처=이대학보DB
추석 연휴를 앞둔 24일, 한산한 서울역 전경. 출처=이대학보DB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청년들에게 추석은 더 이상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인척을 찾아가 제사를 지내고 송편을 빚는 명절이 아니다. 이들은 바쁜 일상으로 즐기지 못한 혼자만의 휴식을 갖거나, 휴일 수당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추석 연휴를 보낸다.

실제로 4일부터 5일까지 롯데멤버스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에서 20~50대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올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응답자는 56.4%로, 고향이나 부모님 댁, 친척 집을 방문하지 않는 응답자는 54.0%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서대문구는 2020년부터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추석 명절 프로그램인 ‘따로 또 같이 한(1)가위’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 거주 1인가구를 대상으로 명절이 외롭지 않게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들고, 명절에 관한 추억을 나누는 소통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27일부터 29일까지 총 3일에 걸쳐 진행되며, 신청한 75명 중 43명이 2·30대 청년이다.

장은빈(사교·19)씨는 “예전에는 큰집에서 차례를 지냈지만 준비하시는 어른들이 모두 나이가 드셨다”며 “원래대로라면 저와 언니가 이어받아야 했지만 가사노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장씨의 가족 구성원 전체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 후부터는 더 이상 가족끼리 모이지 않고 연휴를 보내게 됐다.

아르바이트가 청년들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김하은(20·여)씨는 “황금 연휴 기간 동안 알바가 빠짐없이 있어 내려갈 수가 없다”며 “휴가를 내고 싶어도 메꿔줄 사람이 없기에 책임감을 갖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혜원(건축시스템·21)씨는 이번 추석 연휴 중 나흘 동안에는 알바를, 나머지 이틀은 중간고사 공부를 하며 보낼 예정이다. 송씨는 “원래는 주말 알바를 했었는데 연휴에 내려가지 않아 목, 금요일에도 일하기로 했다”며 “추석 연휴에는 특별 수당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씨도 “마트에서 추석 단기 알바를 모집하길래 3일간 근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와 같은 ‘법정 공휴일’에 근무할 경우 기업은 근로자에게 휴일 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8시간 이내 근무 경우는 통상임금의 1.5배, 8시간 초과 근무일 경우는 통상임금의 2배를 지급한다. 오히려 높은 특별수당을 받을 수 있는 명절을 이용해 부족한 경제상황을 보충하는 것이다.

추석을 명절이 아니라 휴식의 시간으로 보내는 이도 있다. 기숙사에 사는 한양대 정신아(관광·23)씨는 “기차표 예매에 실패한 학사생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며 “남는 시간에는 밀린 과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황수연(유럽문화·22)씨도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집에서 쉬면서 책 읽는 과제를 할 계획이고, 월요일부터는 친구들과 여행을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홀로 혹은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보내는 추석은 20대에게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장씨는 “추석에 오히려 혼자 쉬거나 개인 시간을 갖는 게 더 익숙하다”고 말했다. 주6일제를 시행하던 과거보다 근무 시간이 줄어 이동량이 많은 추석에 굳이 찾아뵐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송씨도 “연락 수단이 많이 생겼기에 굳이 (가족끼리) 모이지 않아도 서로 멀어지지 않는다”며 “연휴에 각자 바쁘면 할 일을 하고 시간 될 때 만나거나 따로 연락을 드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명절에 별로 친하지 않은 친척들에게 형식적인 질문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는 혼자 또는 친구들과 명절을 보내는 게 좋다”며 “추석의 의미가 변화하는 현시대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황씨는 “추석의 변화는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여행을 즐기거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등 명절이 각자의 방식대로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키워드

#추석 #명절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