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청년들의 사회적 활동 정도에 따라 세분화된 지원을 제공한다. 은둔 청년의 단계적인 사회 진출을 통해 자립을 돕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는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청년센터와 제주 더큰내일센터(더큰내일센터)에서 이뤄진다.

 

우리들의 시간을 찾는 사회생활 연습실

고립· 은둔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시간을 찾는 사회생활 연습실'의 모습. 제공=송민경씨
고립· 은둔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시간을 찾는 사회생활 연습실'의 모습. 제공=송민경씨

2017년 「제주특별자치도 청년기본조례」 제19조에 따라 설치된 제주청년센터는 청년들에게 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정지수 제주청년센터장은 “제주도의 고립·은둔 청년은 약 5천명~8천명”이라며 “심각한 수준의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청년들이 심리·사회적 고립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은둔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집 밖의 의지할 곳”이라고 말했다.

제주청년센터는 1월 활기를 잃은 고립· 은둔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시간을 찾는 사회생활 연습실(우찾사)’을 개설했다. 제주청년센터라는 가상의회사에서 은둔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연습하고, 비슷한 상황의 청년들과 교류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찾사는 집을 제외하고 의지할 곳이 없는 이들이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의지할 곳을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우찾사에서는 직장의 단체생활을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게 팀으로 활동한다. 참여자들은 각자 산책하기, 식물에 물 주기 등의 일상적인 업무를 설정해 이를매일 달성해야 한다. 일주일 중 하루는 센터에 직접 출근해 교류하고, 4일동안 온라인으로 출근하며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 수 있다.

퇴사 후 7개월간 취업 준비를 하다가 우찾사에 참여한 양현지(가명·25·여)씨는 “해야 할 일, 목표와 실행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며 주기적인 출석과 보고 시스템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일주일에 한 번뿐인 오프라인 출근이지만 늘 집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소속된 곳이 없어 발생하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씨는 “출근하며 나름대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청년의 경력 단절 불안감을 해소하라 ‘탐나는 인재’

제주 더큰내일센터에서 진행하는 탐나는 인재 프로젝트 결과물을 모아둔 공간의 모습. <strong>백가은 기자
제주 더큰내일센터에서 진행하는 탐나는 인재 프로젝트 결과물을 모아둔 공간의 모습. 백가은 기자

제주청년센터가 청년들의 기초적인 사회 생활부터 자립까지를 돕는 기관이라면, 2019년 설립된 더큰내일센터는 지역사회와 청년들이 관계를 맺고 일자리를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더큰내일센터에서는 2019년부터 ‘탐나는 인재’라는 프로젝트형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34세 미만의 청년이라면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된 참여자들은 최대 2년간 월 15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받고, 센터에 출퇴근해 해커톤 등을 진행하며 취·창업을 준비한다. 참여자의 연령대는 보통 첫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혹은 직장을 다니다가 퇴사한 30대 초반이다. 더큰내일 센터 황석연 센터장은 청년들이 재취업 과정에서 겪게 되는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에 주목했다. 그는 “졸업 후 취업이 안 됐거나, 직장을 다니다가 퇴사했을 때 생기는 경력 단절 기간에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취업 청년 3명 중 1명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최종 졸업했으며, 미취업자의 4명 중 1명은 생산적인 활동 없이 시간을 보낸다. 7월18일 통계청이 발표한2023년5월 경제 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취업 상태의 경력 단절 청년은 전국에 약 126만명이다. 미취업 청년의 25.4%는 주된 활동을 ‘그냥 시간 보냄’이라고 답했다. 황 센터장은 “청년들이 경력 단절 기간에 센터에 속해 소속감을 느끼고, 취업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경력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 1위 (45.9%)는 근로 여건 불만족이다. 직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거나 만족도가 낮아 발생하는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황 센터장은 “취업준비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라며 지역 사회 기업과 연계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원금으로 급여를 줄 수 있어 기업도 부담이 없고, 청년들에게는 실제로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송은영(29·여)씨는 개인의 성장이 더딘 건축 업계에서 근무하며 소명의식을 느끼지 못해 한계를 느꼈고, 퇴직을 결심했다. 직무 탐색을 위해 이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기 고향의 정체성을 살린 창업을 할 때 소명의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송씨는 “업을 찾으면 나의 정체성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직무를 탐색했고, 결국 자기 고향인 제주도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소명으로 받아 들여 지역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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