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2학기 도자예술전공 엠티는 필참입니다.

 

도자예술전공(도예) 과 사무실이 도예과 주⋅복수전공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보낸 문자 내용이다. ‘청주공예비엔날레’ 방문이 핵심인 2023년 도예과 엠티(MT, Membership Training) 참가비는 교통비, 숙박비를 모두 포함해 9만 원이 책정됐다. 본교 도예과 사무실은 수요조사 없이 학부 전공생과 대학원생에게 엠티 필수 참여를 공지했다. 본 기사에서는 소수인 도예과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일부 취재원을 익명으로 표기했다.

 

도예과 학생회가 공예 트랙을 신청한 학생이 엠티 참여 대상이라는 내용을 7월12일 공지했다. 제공=ㄴ씨
도예과 학생회가 공예 트랙을 신청한 학생이 엠티 참여 대상이라는 내용을 7월12일 공지했다. 제공=ㄴ씨

 

 

엠티 모두 필참… 당황한 학생들

도예과 엠티는 2년에 한 번 전공과 관련된 ◆비엔날레에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엠티에서는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경기 세계도자비엔날레 중 선택해 방문한다. 엠티는 2019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2020년~2022년에는 코로나19로 비엔날레가 취소돼 무산됐다.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개최되는 이번 엠티는 23일~24일 진행된다.

도예과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엠티 필참 통보로 당황스러워했다. 도예과 학생회는 7월12일 도예과 전공생 단체 채팅방에 “공예문화기획 트랙 신청을 한 사람만 청주공예비엔날레(청주비엔날레) 엠티를 갈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7월21일 도예과 사무실은 전공 학부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엠티에 전체 학생 필참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도예과를 복수전공하는 최예지(조소⋅21)씨는 “트랙을 신청하지 않으면 엠티를 안 가도 되는 줄 알았던 전공생들이 필참 공지를 보고 당황해했다”고 말했다. 전시 기획, 비평 등을 심화해 공부하고 싶은 도예과 학생은 ‘공예문화기획’ 트랙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으며, 트랙 선택이 필수는 아니다.

ㄱ교수(도예과)는 “교과과정개편을 위한 간담회에서 학생들에게 엠티에 대해 안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엠티가 예전부터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23년 기준 4학년인 20학번조차 행사를 경험하지 못했다. 4학년인 ㄱ(도예⋅20)씨는 “올해 학기 초 학생회 공지에서 엠티가 진행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과 사무실은 학생회를 통해 5일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8일오후4시30분까지 과 사무실로 연락을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는 복수전공생과 주전공생이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 전달됐으며, 해당 기간까지는 불참 의사를 반영하며 이후에는 숙소 및 티켓 예약 문제로 환불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학생들의 커리어를 위한 활동 vs 필수 참여 강요

도예과 학생 사이에서는 청주비엔날레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학생에게도 필수 참여를 요구한 것이 논란이 됐다. ㄴ씨는 “도예과 모든 학생들의 진로가 도예 분야는 아니”라며 “모두가 비엔날레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효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ㄴ씨는 “프로그램 자체가 탄탄하면 비싸도 참여할 의사가 있지만 이번 엠티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 사무실이 공지한 세부 활동계획에 따르면 진행되는 활동은 청주비엔날레에 방문한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도예과 사무실은 “비엔날레에 참여하면 도예 전공 분야의 트렌드를 파악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며 “졸업 후도예를 전공하지 않는 작가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예술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비에 부담 느끼는 학생들

필수참여 행사에 9만 원의 참가비가 책정됐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ㄱ씨는 “다른 과 엠티에 비해 9만 원은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2학기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은 3만8000원, 심리학과는 5만 원의 엠티 참가비가 책정됐다. 이에 도예과 사무실은 “교통비, 숙박비, 식사비, 비엔날레 관람료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통비와 숙소 가격이 급등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 대표는 도예과 사무실로부터 전공 교수회의에서 결정된 숙소와 식사, 교통수단 등 주요 일정을 전달받아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숙소는 청주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 근처의 2인 1실 숙소다. ㄴ씨는 “보통 엠티처럼 다인실 숙소에 가면 참가비를 줄일 수 있지 않냐”며 “학생 의견이 숙소 선정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예과 사무실은 “다인실 숙소가 행사장에서 1시간가량 떨어져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원래 1인 1실인데 숙소 측에 부탁해 2인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식사에도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학생회 공지에 따르면, 엠티 첫날 아침은 제공되지만, 점심은 학생 각자가 부담하는 자유 식사로 공지돼 있다. ㄴ씨는 “점심이 자유식이면 추가로 비용을 더 써야 하기도 하고 비엔날레 장소 주변에 어디서 사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차라리 점심이 제공되는 게 나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엠티를 계획할 때 수요조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음 엠티도 수요조사 없이 필참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묻자 과 사무실은 “지금까지 수요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는 의례적인 전공 학술 행사이며 다양한 창구를 통해 학생들에게 충분히 안내해 왔다”며 “사안에 따라 수요조사가 필요하다면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엔날레: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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