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제공=손시영씨
학생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제공=손시영씨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8월24일 일본은 국제 원자력기구(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가 제시한 근거에 따라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방사능 물질 총 농도 기준보다 낮은 수치의 오염수라서 방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30~40년에 걸친 일본의 방류 계획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전 국민의 불안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과정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약 12년 후인 2021년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발표했다.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오염수 방류가 방사능 핵종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협의를 거친 후였다. 이에 5월7일 한일정상회담에서 한국은 국내방사능 전문가를 일본 시찰단으로 보내 오염수 안전성을 추가검증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시찰단이 일본 후쿠시마를 방문해 오염수 정화, 방류 설비를 점검했지만 국민들은 안심하기보단 실효성에 대한 지적을 제기했다. 시찰단의 명단이 비공개라는 점, 시찰단이 직접 오염수를 채취하지 않고 일본 정부가 제공한 자료만을 분석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한국 정부는 “오염수 현장에서 직접 일해온 전문가들이 외부 영향 없이 오염수 분석에 집중하기 위함이다”라고 답했다.

수산물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있다. 정부는 6월19일부터 시작해 9월13일까지 진행된 일본산 수입 수산물 방사능 검사에서 “생산 단계와 유통 단계에서 방사능 검사를 시행해 국내 수산물이 오염수 방류로부터 안전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러한 설명에도 국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복구를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점을 들어 어업인의 피해를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거절했다.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오염수 방류 시험 운전 후 약 8주 뒤인 8월24일 오후1시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라며 “향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이상이 생기거나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국제원자력기구와 함께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과학적 입증절차를 통해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확보했으니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학생들이 목소리를 낸 방법은

오염수 방류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연합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평화나비네트워크 이대 지부장 장은아씨는 “단 한 명의 관심만으로는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 후쿠시마 방류 반대 대학생 원정단에 들어갔다. 오염수 방류 당일인 8월24일, 장씨는 원정단 소속 학생 16명과 함께 일본대사관 건물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피켓시위를 했다.

방류는 시작됐지만 학생들은 오염수 방류에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학연대모임 바위 대표 박서림씨는 8월25일 오후7시에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박씨는 학생들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학생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살아갈 삶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 오염수 방류 위험성을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손시영(불문· 23)씨는 오염수 방류 과정을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나만 유난 떠는 게 아니다’라는 문구와 시위 일정을 SNS에 올렸다. 손씨는 “학생들이 함께 행동하면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범국민서명운동’을 공유하기도 했다. 손씨는 “서명운동이나 집회에 참여했다고 연락 해오는 친구를 보며 학생들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얼마나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학생들도 있었다. 정아윤(호크마·22)씨는 오염수 방류로 바뀔 우리의 일상을 SNS에 공유하고, 친구들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정씨는 “학생들이 오염수 방류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안전하게 살 권리를 지키려면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과정이다. 제공=손시영씨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과정이다. 제공=손시영씨

 

청년들의 목소리는 왜 필요한가

학업과 취업준비로 바쁜 청년들이 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목소리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당장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해도 상징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손씨는 “학생들이 당장 큰 운동을 할 수 없어도 대학생 연대가 언젠가 큰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앞장서 목소리 낸다면 다른 세대도 이에 동참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박씨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학생들이 목소리 내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를 무사히 살아가기 위해 청년들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함께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희망을 얻었다. 그는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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