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666호에서는 김선이 교수(환경공학과)로부터 해수 속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신기술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8월, 서울 최고 기온 35.8도를 기록하며 무더운 날씨가 지속됐다.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2669명, 사망자 31명이 발생한 대대적인 폭염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평균기온 상승은 폭염일수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켰다. 환경부는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을 산업혁명 후 증가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이어진 가운데, 최근 해수 속 이산화탄소 제거가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또 다른 방법으로 떠올랐다. 이에 김 교수는 해수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존 기술의 비용과 에너지 차원의 한계점을 보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주로 물속의 이온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회수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그는 연구소의 주된 과제였던 ‘전기화학 방식을 통한 이산화탄소 포집’에 자신의 관심사인 물속 수소 이온을 제거하는 방법을 접목했다.

 

해수 속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한 환경공학과 김선이 교수. 극심한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해수 속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한 환경공학과 김선이 교수. 극심한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자빈 사진기자

 

해수 속 이산화탄소 포집, 결국 대기 속 이산화탄소 감소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의 농도는 18세기 중반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280ppm에서 440ppm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다.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곳으로 인간 활동으로 생성된 이산화탄소량의 30%는 해수 속에 저장됐다. 

헨리의 법칙은 대기 중 기체가 항상 정해진 비율만큼 물 속에 녹는다는 법칙으로, 이 법칙에 따라 대기 내 특정 기체의 농도가 증가하면 물 속에 녹는 기체 양도 증가하게 된다. 인간 활동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해 온 만큼 해수 속 이산화탄소의 농도 또한 증가했다는 것을 이 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다가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큰 저장고인 셈이다. 

김 교수는 “해수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구의 총이산화탄소를 줄여 기후변화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다. ‘바다’라는 이산화탄소 흡수제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해수로 끌어들여 대기 중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논리다.  

 

기존 해수 속 이산화탄소 포획 방법과의 차별점

해수 속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서는 수소이온을 공급해 해수의 ◆pH 농도를 8에서 6이하로 바꿔야 한다. 일반 해수 속 수소이온의 농도가 100배 정도 늘어나 pH 농도가 감소하면 물에 녹아 있던 탄산이온과 중탄산이온이 기체 형태의 이산화탄소로 형태를 바꾸는 원리다.

김 교수는 해양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을 최소화하며 이온을 공급하고자 비스무트 전극을 이용했다. 비스무트 옥시클로라이드라는 금속가루와 전도성이 있는 탄소 가루로 이뤄진 비스무트 전극에 전자를 가하면 해수 내 염화 이온과 반응해 옥시염화비스무트로 전환되며, 수소 이온 두 개가 생성된다. 

비스무트 전극을 활용해 생성된 수소 이온은 해수의 pH 농도를 6에 가깝게 낮춰 물에 녹아 있던 탄산이온과 중탄산이온을 기체 형태의 이산화탄소로 변환한다. 이산화탄소 기체는 분리돼 포집되며,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석유가 들어있던 지하 공간에 묻히거나 재활용된다. 다음 단계에서 옥시염화비스무트가 수소이온과 반응해 비스무트로 전환되는 역반응으로 산성화된 해수는 알칼리화 돼 해수로 돌아간다. 이 물은 대기 중 새로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부산물 없이 지속가능하게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기존의 수소 이온을 공급하는 방법은 물을 수소 이온과 수산화이온으로 분해시키는 바이폴라 이온 교환막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 이온 교환막은 기술적 어려움으로 가격이 비싸다. 물을 분해를 활용할 경우 300kJ/mol 이상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유해한 매개체를 활용해 에너지를 낮출 경우 작은 양의 유출로 해양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한계점도 있다. 

과도한 에너지 소비량과 독성 물질이라는 두 단점을 모두 보완한 것이 비스무트 전극이다. 이 기술은 122kJ/mol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추가 생성물이 없어 유해 물질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한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열쇠, 향후 연구 활용 방향은

김 교수는 “본 연구는 2050 탄소 중립 달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해당 연구를 통한 해수의 이산화탄소 포집이전 지구의 이산화탄소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가 당면한 거대한 문제인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데 이산화탄소 포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 연구는 실험실 내에서 실제 해수 대신 합성 해수를 활용해 수행됐다. 김 교수는 기술의 실제 적용을 고려해 “전극의 크기를 키우고 전류를 높여 더 많은 양의 해수를 처리하고, 다양한 이물질과 이온들이 포함된 실제 바닷물에서 성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 

 

◆ 포집 : 기체를 잡아 모으는 것

◆ pH : 수소 이온 농도 지수로 수소 이온(H+)의 해리 농도를 역수의 로그를 취해 나타낸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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