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하교한 뒤 텅 빈 학교의 전경. 백가은 기자
학생들이 하교한 뒤 텅 빈 학교의 전경. 백가은 기자

누군가의 인생에서 참된 스승으로 기억되는 것은 값진 일이다. 학창 시절 어떤 이들은 교육을 넘어 교훈을 주는 교사를 꿈꿨다. 대학 입학 후, 이들은 교사라는 직업에 한 발 가까워졌지만 마냥 푸르지만은 않은 현실을 마주했다. 연이어 계속되는 교권 침해 속에서 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범대, 교대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사를 꿈꿨던 학생들...그 현실은

경인교대 심은혜(초교·21)씨는 중학생 때부터 교사만을 꿈꿔왔다.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도 있었지만, 교사라는 직업 자체에 의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돈 많이 버는 직업들도 좋지만, 누군가 날 고마운 추억으로 기억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보내는 1년이 아이의 평생을 바꿀 수도 있기에 그는 교사를 의미 있는 직업으로 여겼다.

한양대 최서연(교공·21)씨도 다르지 않았다. 최씨는 교사가 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교사가 청소년기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하면, 학생들이 훗날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교사를 꿈꿨던 이들은 대학 입학 후 교사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예비 교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교육 현장은 학생 혹은 제삼자의 입장과 달랐다. 김재은(과교·20)씨는 교생실습을 하면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업무가 많다고 느꼈다. 그는 “선생님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업무 처리를 하고, 다음 수업자료를 준비하거나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심씨는 교생 실습 이후 학교를 떠나겠다고 결심했다. 그가 2학년 교생실습 당시 만난 지도교사는 학생이 친구와 놀다 무릎에 연필이 찔려 멍이 들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고소하겠다는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렸다. 김재은(과교·20)씨는 교생실습을 다녀온 동기가 학생에게 성희롱당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는 “현장에서 이런 피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학교에서도 배운 바가 없다”고 말하며, 관련 매뉴얼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교사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을 올바르게 지도하려 했던 예비 교사들은 교사를 향한 공격에 무기력해져갔다. 상담교사가 되고 싶은 전남대 김영현(교육·20)씨는 “학생들에게 조언하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학생의 잘못을 묵인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재은씨는 “학생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해도 학부모와 아이가 반발하면 교사로서 무기력함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 교육청, 학교에서는 교사에게 아이들에게 생활지도를 하라고 요구하지만 그 무엇도 교사의 안위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그는 “어떤 형태의 반발이 돌아올지 모르니 무섭고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사범대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기도 했다. 심씨는 “예전에는 내가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를 걱정했지만 이제는 학부모가 전화로 화풀이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걱정한다”고 말하며 불안감을 전했다. 선배나 동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침몰하는 배를 탄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잠수함을 탔다”, “교대 탈출은 지능 순이다” 같은 얘기도 나눴다.

 

교사를 위한 울타리는 어디에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2012년 6월 ‘서울특별시 교권 보호와 교육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으나, 학생들은 여전히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고수민(영교·21)씨는 <교육현장의이해>에서 교권보호조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느껴 희의감이 들었다. 조례에 교권 보호와 금지를 명시해둔 조항은 11개 조항 중 2개뿐이며, 나머지 조항들은 기구 구성 절차와 책무에 관한 내용이다. 고씨는 “다수의 학생들을 상대하며 교단에 설 자신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교권’이라는 용어에 대한 명료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재은씨는 “교권은 (교육공무원법 제43조를 제외하고는) 법률에서 교사 지위라는 표현으로 언급될 뿐, 사회적으로 합의된 법률적 정의가 없다”고 말했다.

교권 정의는 교수를 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함이지만 그조차 미흡한 상황이다. 김씨는 “용어의 정의 방식에 따라 시대적 가치관과 관념이 형성되는 것처럼 교권의 의미가 명확히 정의돼야 교사를 위한 법률이나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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