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줄줄이 GPA 환산식을 개정하고 있다. GPA(Grade Point Average)는 평균 평점으로 대학에서 얻은 성적을 의미한다. 본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은 4.3학점제나 4.5학점제를 채택해 성적을 평가한다. 대학마다 평가제가 다르기 때문에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등에서는 GPA를 백분위로 환산한 값을 주요 평가지표로 활용한다. GPA를 환산하는 방법은 대학마다 다르다.

3월 본교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에는 GPA 환산식을 개정한 타대를 언급하거나 로스쿨 입시에서 GPA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시글이올라오기도 했다. 이휘리(정외·21)씨는 “학교마다 다른 환산식이 걱정”이라며 “우리 학교의 환산점수가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GPA 환산식 차이가 낳는 문제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GPA 환산식 개정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도 2022년부터 GPA 환산식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타대에 비해 낮은 환산점수가 입시에 불리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대학별로 GPA 환산 기준이 달라 같은 학점이라도 백분위 환산값에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GPA 4.0을 학교별 백분위 환산식으로 변환하면 본교 96.5점, 서울대 96점, 경희대와 연세대 97.7점이다.

<strong> 대학별 백분위 환산점수
대학별 백분위 환산점수

문제는 GPA 환산점수의 사소한 차이가 입시의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점이다. 환산점수는 약학대학(약대) 편입과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사기업 취업에 주로 사용된다. 2023년 본교 약대에 편입한 박세아(약학·21)씨는 “입시에서 성적 외 다른 요소를 많이 반영하는 학교에서도 GPA 환산 점수 1점의 영향은 크다”고 말했다.

박씨는 “약대 입시에서 GPA가 높다고 생각되는 환산점수가 보통 97점”이라며 “성적이 GPA 96.5점이라 불과 0.5점 차이였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성적비율이 높은 전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소윤(고려대 로스쿨 1학기)씨는 “나보다 리트 원점수가 6점 낮고 GPA는 3점 높던 지원자의 모의 등수가 상당히 높았다”며 GPA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문직 선호에서 비롯된 환산식 개정

주요 대학들의 환산식 개정 현상의 원인으로 학생들은 전문직 선호현상과 자교 실적을 높이기 위한 학교의 노력을 꼽았다. 이대희(연세대 로스쿨 5학기)씨는 “학생 다수가 로스쿨처럼 GPA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진로를 준비하고 각 학교에서 좋은 아웃풋을 내려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휘리씨 역시 “경기가 좋지 않은 취업시장에서 과열된 학생들의 전문직 선호 현상”을 원인으로 언급했다. “학점과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이 로스쿨 입시에서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치니까 소수점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대학들이 환산식을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 같아요.”

대학의 GPA 환산식 개정이 입시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김씨는 “환산식 개정으로 학점이 평가 요소로써 갖는 신뢰도가 더욱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과 수강하는 강의가 천차만별인데 학점 환산기준까지 대학마다 달라진다면 객관적인 평가 요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학별로 다른 환산점수가 일부 학생에게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질적 대안은 아직...본교 입장은

학교별로 차이가 있는 환산식을 일정한 기준으로 통일하는 것에 학생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휘리씨는 “일정한 수준의 환산식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정한 기준이 마련될 수 있다면 교육부나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희씨도 비슷한 의견이지만 방안의 실효성을 우려했다.그는 “국제표준에 맞는 기준 마련은 환영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다양한 변수들을 정부나 제삼자가 일일이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입학전형과 관련한 모든 사항은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환산식 개정을 비롯한 입학절차와 기준은 대학이 스스로 결정하며 학생들이 각자 자기 성적을 고려해 유리한 학교에 지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정한 입시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교 교무처 학적팀은 “현재 타학교의 개정 동향을 살피는 중이며 본교의 경우 구체적인 환산식 개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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