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가 본교 재직시절 애용하던 소지품과 자필 원고 등이 전시돼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이어령 교수가 본교 재직시절 애용하던 소지품과 자필 원고 등이 전시돼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고(故) 이어령 교수는 영면했지만 그의 발자취는 끝나지 않았다. 이 교수의 1주기 추모 특별전 ‘이어령의 서(序)’가 2월25일부터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다. 1주기를 추모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남긴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린 학자이자 교육자, 행정가, 크리에이터(creator)다. 언론사 논설위원, 대학 교수, 초대 문화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88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한 문화기획자이며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낼 때는 국립국어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설립해 문화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본교와도 인연이 깊다. 1966년부터 1989년까지 본교 문리대 교수로 강단에 섰다. 1995년부터 1998년에는 국어국문학과(국문과) 석학교수로, 1998년부터 2001년에는 국문과 석좌교수로, 2011년에는 명예교수로 본교에 몸담았다. 이 교수는 2022년 2월26일 별세했다.

전시 이름의 ‘서(序)’는 책의 시작인 서문(序文)을 뜻한다. ‘이어령의 서(序)’라는 이름은 끝나지 않을 그의 역사를 기억하고 새로운 모습의 이어령을 만나는 머리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6개의 주제로 이뤄진 전시는 ‘침묵의 복도’로 이름 붙여진 길을 걸으며 시작된다. 어둡고 고요한 길을 걸으며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벗어나 애도와 묵상의 시간을 갖는다.

“창조와 파괴는 동전의 양면 같은 거야. 창조를 하려면 먼저 파괴를 해야 돼.” 책 ‘이어령, 80년 생각’ 속 글귀로 시작하는 두 번째 공간은 ‘창조의 서재’다. 천장에 달린 둥근 원 속에 이 교수가 생전에 사용했던 물건들이 놓여 있다. 원은 그가 88서울올림픽에서 기획했던 ‘굴렁쇠 소년’을 상징한다. 뿔테 안경과 필기구, 자필 원고 등이 전시돼 있으며 본교 재직시절 사용한 가방과 지갑도 볼 수 있다. 그의 마지막 원고 ‘눈물 한 방울’을 집필했던 책상과 소품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하기도 했다.

이 교수가 평생 쓴 책 중 공저와 연재 칼럼류를 제외한 단독저서 185권도 만나볼 수 있다. ‘저항의 문학’,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등 주요 저서 5권은 초판이 전시돼 있다. 영상으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영상에는 교육자,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서의 공적인 모습과 결혼식 장면, 손자를 안고 있는 모습 등 사적인 모습이 함께 담겼다.

마지막 공간인 ‘굿나잇 이어령’에서는 미디어 아트를 통해 이 교수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그의 저서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중 “그래, 매일 저녁 굿나잇 키스를 하듯이 너의 영혼을 향해 이제부터 편지를 쓰려는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착안했다. 메시지를 입력하면 글자들이 모여 그의 모습을 이룬다.

‘이어령의 서(序)’는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전시실에서 4월23일까지 진행된다. 매주 수요일 오후3시와 주말 오후2시에는 도슨트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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