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프랑스 릴 가톨릭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김현수(불문·21)씨가 '미드나잇 인 릴' 칼럼을 2023-1학기 제작기간 중 격주로 연재합니다. 릴 대학에서의 흥미로운 일상을 전합니다.

교실 벽에 붙어 있는 수업 일정표들. 제공=김현수씨
교실 벽에 붙어 있는 수업 일정표들. 제공=김현수씨

‘선택하신 과목은 수강인원이 초과되었습니다.’ 이화여대, 아니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적어도 한 번씩은 봤을 문구이다. 대학에서는 매 학기 시작하기 전, 자신이 들을 과목을 정하여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각 학교의 포탈 서비스에 들어가서 과목별로 배정된 코드를 입력하여 일명 ‘장바구니’에 과목을 등록해놓은 뒤, 수강신청 당일에 클릭하여 신청을 한다. 하지만, 수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게 되면서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수업을 못 듣는 경우는 다반사, 종종 엄청난 접속량을 견디지 못하게 되어 학교의 서버가 마비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프랑스에 교환학생을 온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프랑스 학교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교별, 단과대별로도 수강 신청 방법이 다르다. 내가 온 릴 가톨릭 대학교(Lille Catholic University)의 인문대학교인 FLSH(이하 FLSH)와 경영대학교 IESEG(이하 IESEG)에서 경험한 새로운 수강신청 방법을 공유해보려 한다.

내가 직접 적어서 만드는 시간표

FLSH에서는 수기로 수강 신청을 진행한다. 학생들을 시간대별로 나누어 소그룹별로 정해진 교실에 들어간다. 교실 안에는 곳곳에 강의명과 강의의 일정이 적힌 종이들이 붙어있다. 그러면 학생들은 교실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를 찾아보고, A4용지에 프린트된 시간표에 자신이 들을 수업을 적는다. 다 작성한 후, 선생님께 가지고 가면 온라인 사이트에 수업을 담아주신 후, 확정된 강의안을 프린트해주신다. 그렇다면 수강 신청이 완료된 것이다. 즉, 내가 듣고 싶은 강의들이 서로 시간이 겹치지만 않는다면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는 다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청 후, 2주간의 정정 기간인 ‘Add and Drop’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수업을 듣고 자신이 수업과 잘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처음에 FLSH에서 수기로 수강신청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당황스럽고,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직접 해보고 나니, 일명 ‘광클’이라고 불리는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광속 클릭을 통해 수업을 잡아야 하는 긴장감 없이 편하게 수업을 찾아보고, 직접 시간표를 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미리 강의 계획표를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미리 듣고 싶었던 수업의 시간과 일정만 확인한 후 시간표에 적어도 괜찮아서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수강신청을 끝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학교 자체에 있는 시간표 앱이나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처럼 시간표를 넣어주는 기능이 없다 보니 각자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것이 조금 까다로웠다는 것이다.

장바구니에 넣는 걸로 끝나는 수강신청. 배정은 랜덤?

IESEG에서는 FLSH와는 또 다르게 온라인으로 수강 신청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한국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또 아니다. 교환학생들의 경우, 메일로 도착한 수학 계획서를 읽어보고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장바구니’기능처럼 수강하고자 하는 강의를 담아둔다. 그리고 나면, 순위를 정해서 순서대로 정렬해놓는다. 이렇게 하면 신청은 완료된다. 후에 최종적으로 확정된 수업을 사이버 캠퍼스에 올려주고, 일주일 동안 수업을 정정할 수 있는 ‘Add and Drop’을 할 수 있다. 게다가 IESEG에는 특별하게 일주일만에 수업을 끝낼 수 있는 intensive 코스가 있기 때문에 경영대에만 파견 온 교환학생들은 일찍 종강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얻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수강 신청이 결정되는 것일까? 이는 알 수 없다. 1순위에 넣은 과목을 위주로 수업을 확정해주는 것 같지만, 확실한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프랑스에 오기 전 읽었던 파견보고서에서는 ‘랜덤으로’ 수업이 확정되는 것 같다는 내용도 있었다. 물론, 듣고 싶었던 과목을 정정 기간에 추가로 신청해서 잡을 수도 있지만, 인기가 있는 과목은 여전히 듣기 힘들다는 문제점도 똑같이 존재한다.

이전 학기에 우리 학교에서는 수강신청으로 인해 겪은 불편했던 상황을 조사하는 설문조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관련 문제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학생 수를 파악하여 미리 수요를 조사하고, 이에 맞는 수업 수와 분반 수를 확보하자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수강신청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학생 수는 많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수업의 수와 교원의 수가 너무 적고, 담당 교수의 배정이 늦어져 자신이 어떤 수업을 듣게 되는지 모르는채 신청하는 등 학생의 수업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다른 나라의 수강신청 제도들도 경험하면서, 하나의 방법만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많은 학생이 만족스러운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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