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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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은 강의가 안 열리고 매년 열리는 강의만 개설되니 아쉬웠어요. 4학년쯤 되니까 들을 게 없더라고요.”

졸업을 앞둔 이미엘(정외∙19)씨는 전공 강의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지역 정치 분야의 수업을 들어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충분히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강신청 때마다 일부 학과의 개설 강의가 학생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의 수가 부족하다 보니 학생들은 학습 수준과 학문적 선호를 고려하기보다 한정된 강의 내에서 전공 학점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전공 수업

개설 강의 부족 문제를 방지하고자 각 학과 학생회는 자체적으로 전공 강의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학과장이나 학과 사무실에 전달돼 향후 교과목 개설에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계절학기의 경우에는 단과대학 단위로 수요조사를 실시한다. 학생들은 전공 강의 수요조사나 교과과정 개편에 관한 의견조사를 통해 개설 과목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지속해 개진하고 있다. 2022년 사회학과 학생회에서 진행한 ‘사회학과 교과과정 개편에 대한 의견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학생 54명 중 23명이 ‘현 교과과정에 불만족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모두 ‘개설 과목 수가 적음’을 이유로 꼽았다.

조무형 정치외교학과장은 전임교원이 부족한 상황을 개설 과목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 학과장은 “학과 내 부족한 분야의 교원 충원을 행정실에 정기적으로 요청하지만, 학과에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임교원 충원이 쉽지 않은 것을 알고 있기에 일종의 우회로로 비전임 교원을 충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임교원 부족 문제를 비전임 교원으로 보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절차에 따라 채용이 완료된 이후에도 돌발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채용한 강사 및 비전임 교원이 다른학교로 이탈하거나 재직자가 갑작스럽게 그만두면 대체자를 구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전임 교원 채용 시 원하는 세부 전공이 분명하기 때문에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강사 채용에 변수가 많으면 강의를 안정적으로 개설하기 어렵다. 사회학과의 경우 전공 과목 개설이 취소되는 상황이 2021년 2학기부터 매 학기 발생하고 있다. 2023년 1학기 사회학과 전공 강의 수요조사에서 4학년 수강 예정 과목으로 가장 많이 뽑혔던 <범죄사회학>은 수강신청 직전까지 연구년인 교수의 대체자를 찾지 못해 결국 폐강됐다. 강사 수업 비중이 높은 심리학과의 경우, 전체 강의 중 강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1학기 51.7%, 2학기 46.2%였다. 김다영(심리∙21)씨는 “원래 교수님이 맡을 예정이었던 강의가 갑자기 강사님으로 변경돼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획한 것들이 틀어진 적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교무처 교원인사팀은 지금의 교원 채용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본교가 타 학교에 비해 전임 교원 수가 적은 편이 절대 아니다”라며 “매년 학과의 교원 충원 요청을 바탕으로 채용 계획을 수립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개 채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원 충원 요청 권한이 학과에 있더라도 교원인사팀에서 반려하거나, 희망 인원보다 적은 인원이 채용되는 경우가 잦다.

강의의 개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수업이 여러 개 개설돼도 시간표가 겹쳐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환경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의 전공 기초 과목인 <확률및통계학>은 2023년 1학기 3개 분반이 개설됐다. 이에 ㄱ(환경∙22)씨는 “2학년 권장 4과목 중 2과목과 겹쳐 선택지가 좁아졌고, 한 분반을 제외하고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개설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공 기초 과목임에도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수강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교무처 수업지원팀은 “전공 시간표는 해당 학년의 필수 교양 교과목 시간표나 동일 학년 전공 교과목 간 중복이 없도록 배정하고, 시간표 변경 시에도 교과목 담당 교수, 강의실 상황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혜정 교수(소비자학과)는 “교무처에서 시간표가 나왔을 때 시간이 겹치면 학과 차원에서 최대한 조정하지만 교실이 없거나 겸임(초빙)교원의 사정에 따라 겹치는 일이 간혹 발생하기도 한다”며 교원 사정에 따라 한계가 있음을 언급했다.

 

학생과 학교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을 위해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전임교원을 임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교무처 교원인사팀은 학과 수요에 맞는 학문 분야의 국내외 동향, 학과 내 연구/교육 현황과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발전계획 등을 고려해 교원 충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학령인구 감소 및 대학 정원 감축에 따른 정책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수업·분반 개설 기준에 대해 교무처 수업지원팀은 “전년도 동일 학기개설 현황, 해당 학기 수강 대상 및 인원을 고려해 설정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수강신청 종료 후 개설학과에서 교과목 별 수강 현황 추이를 보고 필요 시 자체 수강조사를 실시해 수강 희망자가 정원의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경우 추가 분반 요청을 하면 개설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학과 차원에서도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연경 문헌정보학과장은 “교과과정 개편이나 개설 관련해 교무처와 긴밀히 의논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학과장은 “학생들의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최근 초빙교수를 채용해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고 있다”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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