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무용과는 전임 교원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도 4년째 정교수 임용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승현 사진기자
본교 무용과는 전임 교원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도 4년째 정교수 임용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승현 사진기자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정교수가 부족해 정작 춤은 밖에 나가서 추고 있어요.”

현재 무용과에는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3개의 전공을 통틀어 정교수가 1명뿐이다. 이런 상황에 본교 무용과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임 교원

무용과에 전임 교원이 부족한 것은 고질적인 문제다. 무용과는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발레 세 가지 세부 전공으로 구성되지만 2019년 2학기부터 한국무용 정교수 자리가 공석이 되고, 2021년 2학기를 끝으로 발레 정교수 여럿이 정년퇴임했다. 현재 학부생만 152명인 무용과 인원을 감당하는 것은 발레 전공의 조기숙 교수(무용과)뿐이다.

무용과 학생들에게 전임 교원 부족은 단순히 수업을 유지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본교를 포함한 대학의 무용과는 각각의 춤 스타일이 있다. 수험생들은 해당 춤을 보고 지원할 대학을 결정하기도 하고, 해당 춤은 각 학교의 전통이 된다. ㄱ(무용·21)씨는 “이대만의 춤은 독특하고 예술적이며 아무나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고유명사 같은 존재”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본교 춤은 맺고 끊음이 정확해 절제미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무용수와 관객 사이 깊은 감정 교류가 이루어질 만큼 관객을 사로잡기도 한다. 그러나 정교수가 부족한 지금 이화만의 춤은 사라졌다. ㄴ(무용·21)씨는 “무용과에서 정교수의 역할은 강의 진행 그 이상”이라며 “학교 고유의 춤 색을 표현하는 정교수가 없으면 고유 춤의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3년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도 정교수 부족은 문제다. 본교 무용과는 매년 ‘따라하기 영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험생들은 본교 무용과 교수가 출제한 춤 영상을 보고 따라해 춤을 춘다. 정교수가 1명이 되면서 실기 문제도 전임 교원이 아닌 외부 교수가 출제하게 됐다. ㄷ(무용·23)씨는 “정교수가 있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같은 학교의 영상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매년 다른 느낌의 문제가 출제된다”며 “본교만의 특별한 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임 교원이 부족한 상황에 학생들은 불안감을 표하기도 한다. 우선 마음 놓고 진로 상담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차연(무용·20)씨는 “매년 전공 강사가 바뀌어 유대감이 쌓이는가 하면 해가 넘어가고 교수가 바뀐다”며 “4년 동안 한 교수를 의지하고 진로 결정에 도움을 받기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전임 교원이 없는 현실은 대학원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ㄹ(무용학 전공 석사과정)씨의 말에 따르면 무용과 재학생들은 특정 정교수에게 다양한 움직임을 배우고, 원한다면 그 교수의 무용단에서 활동하며 해당 교수만의 고유한 움직임을 연구한다. 무용단은 타 전공 교수의 연구실과 비슷한 장소인 셈이다. ㄹ씨는 전임 교원이 부재하면서 “다같이 생활하며 전공을 연구하는 곳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석사 논문에 대한 우려도 있다. ㄹ씨는 “무용과 석사과정생 모두가 졸업 논문을 쓰려 할 때 교수님 한 분이 모든 학생을 지도하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교수가 없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전공의 학생들은 조교로 활동하기도 쉽지 않다.

 

무용과 “채용 시도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

전임 교원은 학과에서 1학기에 충원을 요청하면 본교에서 충원 여부를 결정해 2학기에 공개 채용(공채)을 진행한다. 2021년 2학기 무용과는 전임 교원 채용 공고를 냈지만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해 교원을 충원하지 못했고, 2022년의 교수 충원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교수는 “무용계에서 본교 학생들을 가르칠 소양이 충분한 인물을 시간을 갖고 보자는 깊은 뜻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며 “올해는 반드시 무용과 전임 교원을 공채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교무처 교원인사팀은 “무용과 발전에 부합하는 우수한 교원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나 적합한 교원을 채용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본교도 무용과 전임 교원 채용을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2023년 1학기 교수 충원 요청 시기에 다시 충원을 요청할 것”이라며 “학교에서 받아들이는대로 전임 교원 공식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표했다.

계속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4년째 정교수가 없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ㄴ씨는 “지금 계시는 교수님마저 퇴임하신다면 무용과에는 정교수님이 아무도 안 계신다”며 전임 교원이 부족한 상황을 걱정했다.

“정교수가 없는 상황은 현재 재학생들의 권리를 넘어, 미래에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혼란을 주고 학교 응시 여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상황임을 알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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