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자연사박물관의 ‘생물의 이동’ 전시를 기획한 서수연 학예사가 생물과 인류의 역학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본교 자연사박물관의 ‘생물의 이동’ 전시를 기획한 서수연 학예사가 생물과 인류의 역학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본교 자연사박물관이 특별기획전 ‘생물의 이동 - Locomotion(보행 운동), Migration(대규모 이동)’을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2022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주최한 이번 전시에는 본교 재학생들도 함께했다.

 

곤충의 보행 원리부터 철새의 대규모 이동까지

“홍부리황새는 원래 유럽에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끝까지 가지 않고 중간 지점에 멈춰버리는 새들이 생겼어요. 바로 인간의 활동 때문이죠.”

벌목, 공장 가동처럼 규모가 큰 활동뿐만 아니라 사냥, 관광, 쓰레기 투척과 같이 사소한 행동까지. 인간의 활동은 동물의 이동 경로 설정에 영향을 미친다. 본래 먹이를 찾아 사하라 사막으로 떠났던 홍부리황새는 중간 지대인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에서 인간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기 시작하면서 이동 경로가 변했다. 철새의 이동이 학습을 통해 후대에 전달되는 만큼, 변화한 이동 경로가 고착화된다면 새들은 기존 경로를 잊어버리고 만다. 

문제는 인간이 항상 음식물 쓰레기를 제공하리란 법은 없다는 점이다. 전시를 총괄한 서수연 학예사는 “우리 일상을 바꾼 코로나19도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바뀌고, 야생동물의 사냥과 거래가 잦아지면서 발생했다. 특히 박쥐가 이동하며 그 속의 바이러스가 여러 동물에게 옮겨가고, 사람에게까지 전파된 것”이라며 “생물의 이동이 인류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생물과 인류의 역학관계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Locomotion(보행 운동)’과 ‘Migration(대규모 이동)’,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전염병’의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전시의 첫 장인 Locomotion에서는 곤충의 ◆교대 삼각대 걷기를 비롯해 오징어, 불가사리, 아메바 등 다양한 생물의 동작 방법이, 두번째 장 Migration에서는 철새, 바다거북 등 동물들의 먼 거리 이동이 소개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생물 다양성의 감소, 전염병 전파 등 인간 활동이 생물의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수 있다.

 

재학생이 함께한 일러스트 작업·메타버스 맵 개발

전시 일러스트를 제작 중인 김난경씨. 제공=김난경씨
전시 일러스트를 제작 중인 김난경씨. 제공=김난경씨

자연사박물관 3층의 ‘생물의 이동’ 전시장 한복판에 설치된 설명판에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 사용된 일러스트는 자연사박물관에서 연구 보조로 일하고 있는 본교 재학생 김난경(생명·19)씨가 작업했다.

평소 생물을 좋아해 취미로 동물 그림을 자주 그려온 김씨는 “전시 속 동물들의 특징을 살려 일러스트를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삽화 작업에 자원했다”며 전시 일러스트를 그리게 된 배경을 전했다. 그는 복잡한 동물의 구조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하게 표현하면서도 사실성을 살릴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 그는 “단순 취미로 그림을 그릴 땐 전공과 관련된 활동은 아니었기에 마냥 즐거움을 느낄 순 없었는데, 이번 전시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내 작은 취미가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참여 소감을 전했다.

김난경씨가 작업한 ‘생물의 이동’ 전시의 일러스트 중 하나.  박성빈 사진기자
김난경씨가 작업한 ‘생물의 이동’ 전시의 일러스트 중 하나. 박성빈 사진기자

전시의 또 다른 재미는 메타버스(Metaverse) 기반 연계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화상회의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플랫폼을 활용한 연계 교육에서는 ‘이화섬 모험’, ‘엄마철새에게 아기철새를 데려다 줘’ 게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생물의 이동과 나의 진로’가 주제인 메타버스 세계에서 참여자는 이화섬을 탐험하며 육·해·공 생물들의 이동 방법을 배우게 된다. 비행기 탈출 게임을 통해서는 조류학자, 소리연구가, 생태모방 로봇 공학자 등 생물의 이동과 관련된 여러 직업군을 경험해볼 수도 있다. 이 메타버스 맵은 본교 ‘과학관 과교(과학교육과) 인턴즈’로 알려진 재학생 4인방이 개발했다.

‘과학관 과교 인턴즈’의 한주영(과교·18)씨, 강준서(과교·19)씨, 장원정(과교·19)씨, 박다윤(과교·20)씨는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력자들이다. 이들은 본교 자연사박물관 연계 교육의 메타버스 맵 제작에 기획부터 개발, 교육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과학관 과교 인턴즈'가 개발한 <생물의 이동> 메타버스 전시 연계 교육 맵.  <strong>=박주영 기자
'과학관 과교 인턴즈'가 개발한 <생물의 이동> 메타버스 전시 연계 교육 맵. 박주영 기자

맵 개발 도중 사소한 부분에도 교육자적인 시선을 담고자 노력했다는 박씨는 “변화하는 교육 패러다임에서 메타버스 교육의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아 보람차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간 이동에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하늘, 땅, 바다를 전부 오갈 수 있는 맵을 구현했다. 강씨는 “서울에 살지 않거나 본교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자연사박물관에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생물의 이동’ 기획전은 2023년 7월31일까지 진행된다. 성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메타버스 연계 교육은 11월25일(금) 오후3시30분부터 약 1시간 진행되며, 이후에는 자연사박물관에 방문해 체험 가능하다.

 

◆교대 삼각대 걷기: 곤충이 이동할 때 여섯 개 중 세 개의 다리를 이용해 삼각대 모양을 만들며 걷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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