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전면 대면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째다.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렸던 시간이 돌아오고, 누군가에게는 꿈꿨던 로망이 실현되는 시기. 본지는 전면 대면 학기를 맞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면 대면 전환...학생들 만족도 커

신공학관 해동창의학습공간에서 채플을 듣고 있는 김정연씨. 박성빈 사진기자
신공학관 해동창의학습공간에서 채플을 듣고 있는 김정연씨. 박성빈 사진기자

대학생활의 절반 이상을 비대면으로 보낸 김정연(휴먼바이오·20)씨는 대면 학기를 맞은 지 한 달이 지난 요즘을 ‘학교와 친해지고 있는 시기’라고 표현했다.

학생들은 동기와 대면으로 만나 관계를 쌓기 시작했다. 오채영(전자전기·21)씨는 “이전에는 SNS로만 연락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 수업 시간에 만나게 되니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대면 수업을 듣는 김다린(사회·21)씨 역시 “사소한 것이라도 비대면 시절에는 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동기들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좋아요. 길 가다 우연히 만나서 인사하는 것도 즐거워요.”

다양한 학교 시설을 활용하며 캠퍼스 생활도 즐긴다. 오랫동안 비대면 학기를 보낸 이들은 중앙도서관, 과방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하며 낯선 학교에 익숙해지고 있다. 오한음(경제·20)씨는 “캠퍼스가 주는 소속감이 매우 크다”며 “대면 전환으로 학교 공간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개강 후 과방을 처음 이용해본 이소정(정외·21)씨도 “이제 학교 시설을 잘 활용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ECC Valley에서 개강소감을 전하고 있는 이소정씨. 이자빈 사진기자
ECC Valley에서 개강소감을 전하고 있는 이소정씨. 이자빈 사진기자

 

진정한 '학습' 가능하지만 아직은 어색한 대면 학기

비대면 강의가 계속되며 학생들은 그간의 수업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곤 했다. 석정민(국제·20)씨는 “그냥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며 “집에서 수업을 듣다 보니 집중이 잘 안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오한음씨는 교수와 학생 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진 것을 대면 수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교수님께서 학생들 표정을 봐야 설명을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비대면일 때는 그럴 수 없다고 말씀하신 적 있어요. 얼마 전대면 수업에서는 어려운 부분이라 그런지 다들 표정이 좋지 않다며 다음 시간까지 다른 예시를 연구해 오겠다고 하셨어요.”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해지자 학생들의 이해도는 더 높아졌다. 이소정씨 또한 “대면 전환 후에는 교수님께 편하게 질문할 수 있어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수월하다” 고 말했다.

그동안 축소 진행됐던 실험과 실습수업도 제자리를 찾았다. 김정연씨는 2020년 2학기에 비대면으로 실험 수업을 들었다. “당시에는 교수님이나 조교님이 진행한 실험 영상을 보고 상상해서 보고서를 썼다”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무게를 재는 실험도 했지만 실험한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실험을 해보니 이해도 더 잘 되고 내용이 훨씬 와닿았다”며 대면 실험 수업의 소감을 전했다. 주아형(환경·22)씨는 1학기에 대면으로 실험 수업을 들었지만, 정원 20명을 10명씩 나눠 격주로 실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격주로 일주일은 자습, 일주일은 실험을 했어요. 지금은 그런 구분 없이 다 같이 들어가 실험해서 1학기보다 실험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요.”

조형예술대학 또한 대면 수업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박채은(디자인·21)씨는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을 대면으로 하니 교수님께서 더욱 자세하게 말씀해주셔서 좋았다”며 “동기들 간에도 서로의 과제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조예관 C동 실습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 박채은씨. 박성빈 사진기자
조예관 C동 실습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 박채은씨. 박성빈 사진기자

아직은 어색한 대면 생활에 적응하는 단계다. 만족스러운 점도 있지만 어려움도 많다. 비대면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한 일명 ‘코로나 학번’들은 더하다. 오한음씨는 “시간표를 짤 때 건물 간의 거리를 생각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은 이동 거리나 식사 시간과 같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수강신청을 해와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문제다. 밥을 먹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지민(커미·21)씨 는 “점심 때 밥을 먹으려면 어딜 가든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음식이 늦게 나와서 지각할까 봐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셔틀버스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오채영씨는 "셔틀을 한 번에 타는 게 불가능하다”며 “그냥 걸어 올라갈 때도 많다”고 말했다. 공학관처럼 정문에서 먼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불편은 더욱 크다.

 

비대면 시기를 돌아보다

ECC 내일라운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최호연씨. 이자빈 사진기자
ECC 내일라운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최호연씨. 이자빈 사진기자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지난 비대면 학기는 어떤 시간이었을까. 학생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히려 ‘나 자신’을 잘 알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석씨는 “대학 생활의 측면에서는 2년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스스로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첫 대면 수업을 경험한 김다린씨 역시 양가감정이 든다고 말했다.그는 “새내기 시절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스스로를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학번들은 아쉬움이 더욱 크다. 최호연(국문·18)씨는 비대면 기간 “많은 활동을 할 수가 없어 대학 생활을 허비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오한음씨 또한 ‘거리두기로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라고 전했다.

비대면이었던 2년 반은 힘든 시기였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더욱 알 수 있던 기회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 시간을 딛고 캠퍼스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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