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을 위한 글이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여담이 운영하는 메일링 서비스 제공=여담
여담이 운영하는 메일링 서비스 제공=여담

메일링 서비스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뜨겁다. 메일링 서비스는 이메일을 통해 신청자에게 정기적으로 창작물을 보내는 서비스다. 1명 이상의 독자와 메일 발송 계정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으므로 창작자들의 진입장벽이 낮다.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 기업 스티비의 한세솔 마케터는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이나 사용자 인터뷰 등을 통해 사용자를 만난다. 한씨는 “20~30대가 직접 발행인이 되거나 오프라인 세미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며 메일링 서비스의 인기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본지는 자신만의 콘텐츠로 메일링 서비스를 운영하는 재학생들을 만나봤다. 7월부터 일상에서 느낀 생각을 풀어내며 ‘느린 서랍’을 운영하는 지하늘(커미·21)씨, 유머 웹툰처럼 바쁜 일상에서 가볍게 즐기길 바라며 2021년 4월부터 ‘진슬 수필’을 연재 중인 이진슬(가명·정시통합선발생·21)씨, 7월부터 약 2달간 수필을 발송하고 있는 안착한 여성들, 2021년 5월부터 45차례의 영화 비평 편지를 보내온 여담이 그 주인공이다.

안착한 여성들은 ▲모리(가명·국문·20), ▲이하녕(가명·국문·19), ▲경희대 유안수(가명·건축·19)씨로 구성돼 있으며 여담은 ▲곽세림(국문·19), ▲박성하(미디어예술인문학협동과정 석사과정), ▲손정민(영문·19), ▲신유안(사학·20), ▲이한(사학·18), ▲조예은(미디어예술인문학협동과정 석사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안착한 여성들이 운영하는 메일링 서비스 제공=안착한 여성들
안착한 여성들이 운영하는 메일링 서비스 제공=안착한 여성들

 

메일링 서비스가 만든 그들의 뒷이야기

메일링 서비스의 특별함은 독자 개개인에게 콘텐츠를 직접 전달한다는 데 있다. 안착한 여성들의 이하녕씨는 “메일을 받을 때 나만을 위한 편지라고 느껴 더 열심히 읽었던 경험이 있다”며 “그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창작자에게도 메일링 서비스는 독자를 짐작하기 쉽게 한다. 지씨는 독자와의 관계를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지씨는 “불특정 다수가 읽는 블로그와 메일링 서비스 구독자에게 닿는 글은 다르다”고 말했다. 누가 내 글을 읽는지 알고 있는 상황에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소통형 영화 비평 편지를 지향하는 여담은 메일링 서비스로 편지를 받아보는 느낌을 줄 수 있음에 매력을 느꼈다. 여담의 박성하씨는 “글을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방식은 독자가 직접 찾아와 읽어야 하지만, 메일링 서비스는 독자들이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를 기다리는 웹사이트와 달리 메일링 서비스는 독자에게 다가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씨는 연재를 시작한 뒤 감각을 글로 묘사하기 위해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감정의 이유를 찾고 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는지, 어떤 점에서 비슷한지를 살핀다. 그는 “삶을 곱씹다 후회되는 순간들을 맞닥뜨릴 때 부끄럽기도 하다”며 “감정을 느끼는 게 버겁지만 지나고 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 값지다”고 말했다.

“어떤 마음들은 언어로 내뱉어야만 형체를 갖추게 된다고 생각해요.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면서 그때의 마음을 진단해내는 거죠. 그래서 글을 쓰는 과정은 마음을 다듬는 과정과 밀접하다고 생각해요. 글의 힘을 믿고 글을 쓰는 일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이진슬씨가 운영하는 '진슬 수필' 4월호 제공=이진슬씨
이진슬씨가 운영하는 '진슬 수필' 4월호 제공=이진슬씨

 

고여있지 않고 나아가기

여담은 콘텐츠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독자와 거리를 좁히기 위해 ‘◆왓챠 파티(Watcha party)’ 서비스로 독자들과 영화를 관람했다. 그동안 다뤘던 글에 더해 최근 개봉한 영화에 대한 간략한 감상평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여담은 기존의 영화 비평이 일방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큼 앞으로도 소통형 비평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착한 여성들은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책으로 묶어 기록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안착한 여성들의 모리씨는 “저희가 메일링 서비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다른 플랫폼에 이전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곳에서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독자가 글의 세세한 결을 찾아서 공감하거나 그들만의 해석을 하는 데에서 감동을 느낀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지만 글을 통해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여담은 “저희는 소통형 비평을 추구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서 독자분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사소한 답장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씨는 ‘느린 서랍’ 독자들에게 전했다. “잊지 않고서 다음 계절에도 저를 찾아와 주시면 더 귀하고 빛나는 것들을 내어드리고 싶어요.”

지하늘씨가 운영하는 '느린 서랍' 제공=지하늘씨
지하늘씨가 운영하는 '느린 서랍' 제공=지하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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