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공동대표 임견서씨의 휴대폰에 쌓여 있는 카톡들 <strong>이주연 사진기자
철학과 공동대표 임견서씨의 휴대폰에 쌓여 있는 카톡들 이주연 사진기자

“톡방 상단 고정 서너 개만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54대 국어국문학과 학생회 공동대표 임지윤(국문∙20)씨와 김세하(국문∙20)씨가 소속된 학생회 채팅방은 10개가 넘는다. 22학번부터 17학번까지 있는 과 단체 채팅방과 인문대 채팅방, 학생회 공지방과 팀장들 채팅방까지. 과 대표 업무를 이어 나가려면 ‘소통’은 필수다.

“단대운영위원회(단운위)도 하고, 전체학생대표자회의도 있고, 부가적인 업무들이 항상 더 있어요.” 실제로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의 ‘과대벗들의 모임’ 게시판에는 바쁜 일정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표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6학기 만의 전면 대면, 새로운 짐 떠안긴 코로나19

본교 학생자치조직은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단운위, 과 학생회, 집행부원으로 구성된다. 과 대표는 매주 진행되는 단운위 회의에 참여해 중운위에서 내려오는 안건을 검토한다.

과 학생들의 편의와 권리 보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학과 행사 일정을 기획하는 것은 당선 직후부터로 11월 과 학생회 선거에서 선출된 대표는 인수인계를 받아 이르면 12월, 늦어도 1월부터 연간 학과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다. 학기 시작 전인 2월 중순까지 연간 예산안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주한 상황 속에서 코로나19는 과 대표들에게 무거운 짐을 더했다. 가능한 활동이 제한적인 데다 그마저도 참여도가 낮은 것이 문제였다. 제54대 독어독문학과 학생회 공동대표 김규리(독문∙20)씨, 이지나(독문∙20)씨는 “학과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대체된 지 2년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비슷한 활동이 이어져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며 “낮은 참여율을 보고 속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제54대 융합보건학과 학생회 공동대표 민애린(융합보건∙21)씨, 황유라(융합보건∙21)씨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town)으로 진행했던 신산업융합대학(신융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회상했다. “기술적 결함도 굉장히 많았고 서버가 터져서 학생들이 캐릭터를 움직일 수가 없는 거예요. 문의는 계속 들어오는데 진행이 안 되니까 너무 답답했어요.” 비슷한 행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을 찾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이다.

본교는 2022년도 2학기부터 전면적인 대면 수업 진행을 선택했다. 대다수가 ‘코로나 학번’인 대표들은 대면 전환 시 업무 진행 방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세하씨는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부터 막막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면으로는 한 번도 진행해본 적이 없어서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같이 하면서 보내는 행사인지를 잘 모르고 있어요. 대면 때 대표직을 하셨던 선배들은 뵌 적이 없고, 어디 계시는지도 알 수 없어서…”

제54대 영어영문학부 학생회 공동대표 김은빈(영문∙20)씨는 “인수인계를 받았을 때 (대면 행사 진행 방식이) 적혀 있었지만 지금은 당시에 비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학번이 모이는 영문 체육대회를 기획하고 있지만 당장은 참석 인원부터 예상이 어렵다. “그동안 대면으로 학교생활을 못 했던 20학번, 19학번까지 고려해야 할지, 혹은 코로나19로 참여율이 낮을 것이라 예상하고 준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제 MT 갈 수 있나요?” 난감해진 대표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MT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1년 사업 계획을 미리 세워둔 과 대표들의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코로나 대응 방침의 변화는 학과 행사 운영에 고민을 더했다.

김규리씨와 이지나씨는 “개인적으로 온 연락과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올라온 글 등을 통해 MT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과 대표들이 학생들의 요구 이후 MT 추진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벽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김규리씨는 “이미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계획해놓은 상황에서 갑자기 큰 행사를 추가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학기 초에 예산을 분배해놨는데 오프라인 MT 비용이 발생하면 미리 기획했던 사업 중 여러 개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김은빈(영문∙20)씨는 “집단감염의 우려가 커서 오프라인 MT 계획을 보류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학과별로 규정이 다르긴 하나, 오프라인 MT를 허용하지 않는 학과도 있다. 이처럼 학과 차원의 허용 여부도 과 대표들이 MT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행사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20학번부터 대면 행사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MT를 진행할 경우 몇 학번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할 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현재 과 대표 중 상당수는 대면 행사와 관련된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다. 제54대 불어불문학과 학생회 공동대표 김수민(불문∙20)씨, 신현진(불문∙20)씨는 “2020년부터 대면 행사에 관한 자료가 끊어졌다”며 “MT에 대한 인수인계가 없었기에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 선배들이 사용하던 버스 대여 업체, 숙박업소를 알고 있으면 바로 연락만 하면 되지만 지금 저희는 아무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직접 찾아 모두 비교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찾은 정보에 대한 신뢰도도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 생깁니다. 이외에도 1년 치 예산에서 MT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면 좋을지, 학생들에게 MT 비용을 걷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MT를 진행하고 누구를 초대해야 하는지 등 고민이 많습니다.”

 

‘철학과 선배와의 만남’ 행사를 준비한 철학과 공동대표 김수정씨가 선배 특강을 듣고 있다. <strong>김지원 사진기자
‘철학과 선배와의 만남’ 행사를 준비한 철학과 공동대표 김수정씨가 선배 특강을 듣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MT의 부재를 메우고자 기존의 비대면 사업을 대면으로 진행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제54대 철학과 학생회 공동대표 김수정(철학∙20)씨와 임견서(철학∙20)씨는 “철학과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지낼 수 있도록 운동, 독서 등 취미별로 소모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경영학부 또한 학생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본교 내부 및 주변 시설 위주로 ‘이경인 스탬프 투어’를 진행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코로나19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과 갑작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주변 환경이 과 대표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더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학생 자치를 위해 나아간다.

김세하씨는 “원래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거기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과 대표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은빈씨도 “과 대표가 되면 학우들이 원하는 학교생활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과 대표로서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학과 사람들의 반응이다. 인터뷰에 응한 대표 대다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거나 높은 참여율을 끌어냈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입 모아 말했다.

“커뮤니티나 소통창구에서 ‘학생회 일 열심히 한다’, ‘학생회 항상 고생이 많다’ 등의 말씀을 해주실 때만큼 벅찰 때가 없습니다.”

끝으로 그들은 학과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남은 기간에도 과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음에도 따뜻하게 반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그런 마음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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