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 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42호에서는 본교 미래교육연구소 소장 정제영 교수를 만나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저출산, 고령화, 디지털 전환 등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의 국면을 맞이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 현상은 주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육 환경도 그 일환으로 변화를 거듭한다.

본교의 미래교육연구소는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따른 미래의 교육 방안을 고안하고자 2020년 설립됐다. 교육 환경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혁신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미래교육연구소의 임무다. 본지는 미래교육연구소의 소장 정제영 교수(교육학과)를 만나 미래교육의 방향에 관해 얘기를 나눠봤다.

 

미래교육연구소 정제영 교수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래를 여는 인공지능 융합교육’ 토크콘서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미래교육연구소 정제영 교수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래를 여는 인공지능 융합교육’ 토크콘서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개인 맞춤형으로 나아가는 미래 교육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평균을 지향한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 속도, 필요 등을 반영하지 않은 채 경직되고 고정된 방식으로 학제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내용과 수준, 속도에 일치하지 않는 학생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 교수는 “교육의 본래 목적은 한 명 한 명의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경직된 시스템을 지적한 정 교수는 플립러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플립러닝은 흔히 ‘거꾸로 학습’으로 번역되는데,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뒤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자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수업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지식 이해 측면에서는 본인의 속도로 학습을 진행하고, 문제 해결 측면에서는 프로젝트 중심 학습을 거치며 보다 효과적으로 교과 내용을 습득할 수 있다. 정 교수는 “기존의 강의식 수업만으로는 모든 학생의 학습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방식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플립러닝은 이론 부분을 온라인 수업이 대체해주는 만큼, 교원이 학생에게 쏟는 시간을 늘린다는 점에서도 장점을 가진다. 정 교수는 “앞으로 학생들의 ◆소프트 스킬을 키워주는 교사나 교수자의 역할이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 빅데이터와 머신 러닝을 기반으로 맞춤형 학생 지원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도 미래교육연구소의 몫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분야 빅데이터는 ‘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 ‘교육 정보 통계 시스템’, ‘독서교육 종합 지원시스템’ 등의 체계를 통해 수집 및 관리된다. 미래교육연구소는 이러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 성과, 학업 중단, 학교폭력 등 학교 교육의 중요한 성과를 예측하고 위기에 처해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정 교수는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에 학생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을 조기에 찾아내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학업 중단 예방 조기진단 시스템이라 부르는데, 대전광역시교육청에서 시범 적용했고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더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적인 감성이 성공을 이루는 시대

“기존의 교원은 지식 전달자와 평가자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지식 전달 과정을 기술과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기에 교원은 학생들의 정서, 사회성, 협업 능력과 같은 역량을 기르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음을 강조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협업 능력과 같은 사회적 역량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가 플립러닝을 통해 학생들의 소프트 스킬 증진을 도모 하고자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질문하면 정답만을 얘기하고 정확하게 딱딱 시간 맞춰 일하는 사람이 산업화 시대의 인재였다. 하지만 미래에는 그런 것들을 기계가 대체해주기 때문에 미래 사회의 인재는 정서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상대평가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만이 돋보이길 부추기는 상대평가 시스템은 서로를 경쟁자로 의식하게 만들어 협업 능력을 저하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정 교수는 빈틈없이 정확한 것은 기계가 해주기 때문에 이제는 인간적인 감성이 더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가 됐음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모두가 꿈꾸는 걸 이뤄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교육”이라며 기존의 교육과는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기 위해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래교육연구소는 AI 교육 등 미래 교육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교육 빅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적으로 교육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연구소의 역량과 연구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제고해 정책 연구와 지원의 범위를 국제적 수준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소프트 스킬: 대인관계, 갈등 해결, 협상 등 타인과 우호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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