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김보희 명예교수와 국립현대미술관이 협업한 미술은행 프로젝트가 강남대로 옥외 미디어 플랫폼 지-라이트(G-LIGHT)에서 상영되고 있다. <strong>김혜원 사진기자
본교 김보희 명예교수와 국립현대미술관이 협업한 미술은행 프로젝트가 강남대로 옥외 미디어 플랫폼 지-라이트(G-LIGHT)에서 상영되고 있다. 김혜원 사진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심, 강남대로를 지나는 시민들이 오후8시30분이 되자 일제히 한곳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미디어 폴에서 쏘는 불빛이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모든 전광판이 초록으로 물들자 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의 눈길은 이내 전광판을 향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프로젝트’에 본교 김보희 명예교수(동양화과)가 첫 협업 작가로 선정됐다. 자연 풍경을 담은 김 교수의 회화를 영상으로 재해석해 강남대로 야외 미디어플랫폼 지-라이트(G-LIGHT)에서 4월29일부터 6월30일까지 상영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프로젝트 ‘공공’은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미술은행이 주최하는 최초의 공공예술 프로그램이다. ‘공공’은 야외 미디어플랫폼이 있는 공공장소에 영상화한 미술품을 상영해 더 많은 대중과 만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수한 미술품을 구입해 기관에 대여하는 미술은행은 본 프로젝트로 소장 작가와 협업해 많은 시민들에게 일상생활 속 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사이 도로변에 있는 18개의 미디어 폴과 5개의 옥외 미디어에서 매일 밤 8시30분, 9시30분, 10시30분에 3분간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성장과 휴식을 자연 풍경으로 그려내는 김 교수를 협업 작가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영상은 정부미술은행 소장품 ‘Towards’(2019)를 포함한 김 교수의 회화 25점을 사용했다. 씨앗에서 시작해 숲과 바다로 이어지는 서사를 가진 본 작품은 회화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주도록 미디어 아트로 재구성됐다.

상영 시간이 되면 강남대로의 5개의 전광판과 18개 미디어 폴에 각기 다른 5개의 씨앗이 나타나 상하좌우로 통통 튀듯 움직인다. 초록색 씨앗에 주홍색 털이 돋아 있고 진분홍색 씨앗에 이파리가 무성하게 솟아 있는 등 상상 속 씨앗의 모습이 등장한다. 장면이 숲으로 전환되면 나뭇잎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장면이 나타난다. 새와 도마뱀, 원숭이가 나무 사이를 여유롭게 노닐고 하얀 꽃봉오리는 곧 꽃을 피울 듯 부풀어 오른다. 뒤이어 바다 풍경으로 화면이 바뀌며 찰랑대는 파도와 쾌청한 하늘이 만나는 광활한 수평선이 드러난다.

김 교수에게도 공공예술과 미디어 아트는 첫 시도였다. 그는 “전시관에 와야 볼 수 있었던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협업하게 됐다”며 “회화 전시와 성격이 달라 걱정됐지만 공공예술 프로그램이라는 좋은 취지가 있어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백, 수천 개의 잠재적인 생명을 품고 있는 상상 속 씨앗이 자라나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기를 바라며 (원작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면 회화를 영상으로 변환하며 상상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는 협업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번 도전을 발판 삼아 8월9일 열릴 제주현대미술관 개인전에서도 미디어 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국립현대미술관 손주영 학예연구관은 “우수한 미술품을 대중에게 보여주고자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 알리고 싶었다”며 “숲과 바다 풍경이 담긴 회화 작품을 통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청량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상 작품이 상영된 곳이 정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이 아닌,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 다니는 ‘강남대로’라는 점에서 작품 공간의 특수성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손 연구관은 “5개 전광판이 각각 멀리 떨어져 있지만 중간의 미디어 폴이 작품을 연결해 거리를 걷는 시간 동안 감상이 지속될 수 있다”며 차별점을 꼽았다.

손 연구관은 “이번 공공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이 김보희 작가를 알게 되고 원작을 직접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김보희 작가의 회화가 주는 감동을 체험하는 중간 다리의 역할이 되길 기대한다”는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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