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이화역사관 특별전 를 만나볼 수 있다. <strong> 이주연 사진기자
17일부터 이화역사관 특별전 를 만나볼 수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여자는 문간만 밟아도 부정적으로 봤던 시기, 한국 여성 체육의 첫발을 디딘 것은 이화학당이었다. 이화역사관은 17일부터 특별전 <이화, 여성 체육의 출발선을 그리다>를 개최해 이화 체육의 발자취를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은 전시에 처음 내보이는 사진도 많아 이전에는 제대로 비춰지지 않았던 학생들의 체육 활동 모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전통놀이에 그쳤던 한국 여성 체육의 전근대 시기부터 국내 최초 체육학과 설립까지 이화 체육 교육의 흐름을 따라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역사관 대청마루에 2개씩 길게 늘어선 8개의 전시판에는 한국 여성 체육을 이끈 본교 체육 교육의 역사가 펼쳐진다. 첫 번째 섹션의 두 전시판에서는 전근대 시기 여성 신체 활동과 함께 1890년 이화학당 마거릿 벵겔(Margaret Bengel) 선생의 ‘유연 체조’ 수업 개시를 다룬다. 학생들의 소극적인 참여와 체육 수업을 중단하라는 한성부의 공문에도 꿋꿋이 체육 교육을 이어간 선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늘날 개량 한복의 ‘조끼허리치마’도 이화학당에서 탄생했다. 벵겔 선생의 체조 수업 사진 아래에는 띠허리치마와 조끼허리치마를 비교한 그림이 보인다. 활동하기 불편했던 조선 여성의 띠허리치마를 본 월터와 파이 선생이 치마의 가슴 부분을 조끼로 만든 것이다. 반대편 전시판에는 체육 전공자 머터 스토버(Myrta O. Stover) 선생이 고안한 ‘흰 블라우스와 검은 반바지’의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등장한다.

 

17일부터 이화역사관 특별전  <이화, 여성 체육의 출발선을 그리다>를 만나볼 수 있다. <strong> 이주연 사진기자
17일부터 이화역사관 특별전 <이화, 여성 체육의 출발선을 그리다>를 만나볼 수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두 번째 섹션의 첫 번째 전시판에는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팀”이라는 이화 체육의 목표가 소개되고 소프트볼, 농구 등 단체 운동 사진이 나온다. “교사들은 소수의 엘리트를 육성해 경기 실적을 내는 것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활동하는 것을 중요시했어요.” 도슨트 박윤진(영어교육 전공 석사과정)씨는 ‘단합심 중시’를 이야기하며 이화여자전문학교 시기 반 대항전 경기 사진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전시판 아래쪽에는 학생들이 함께 어깨 손을 하고 모여 앉은 채로 ‘IS’자를 만들며 ◆매스게임을 즐기는 사진도 보인다. 매스게임 또한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수단으로 장려됐다.

매스게임 사진 건너편 전시판에서는 “이화 왼손잡이” 김복림 ◆정구 선수를 만날 수 있다. 1920년대 여성이 하기 적합한 스포츠로 각광받았던 여자 정구는 이화학당에서 한국 최초로 시작됐다. 이화 정구팀은 1930년 <동아일보>와 <매일신보>가 주최한 전국여자정구대회에서 전부 우승을 거뒀고 이화고등보통학교 시절부터 정구대회를 휩쓸었던 김복림 선수는 1931년 종합 월간지 <동광>이 선정한 ‘조선이 낳은 10대 운동가’에 들기도 했다.

전시는 한국 최초 빙상 전용 링크인 이화 빙상장, 서울 정동에서 신촌 캠퍼스로 이전해 세워진 체육관과 국내 최초 체육학과 개설을 소개하며 마무리된다. 전시를 기획한 문소진 연구원은 “이제까지 이화 체육 교육의 역사는 ‘이화학당에서 체조를 가르쳤다’는 단편적인 사실만 알려져 있었다”며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이화 체육 교육이 다채롭게 진행됐음이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시를 관람한 조환희(사학·19)씨와 김예진(사학·19)씨는 “최근 건강에 관심을 많이 갖게 돼 여성 체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화에서 최초로 체육 교육이 진행됐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감상을 남겼다. 함께 전시를 관람한 홍예지(사학·19)씨와 최민지(사학·19)씨는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팀’이라는 이화 체육의 목표가 인상 깊었다”며 “정구장을 얼려 스케이트장을 만든 사실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이화역사관 특별전시 <이화, 여성 체육의 출발선을 그리다>는 2023년 5월14일까지 열린다. 개관 시간은 평일 오전9시30분부터 오후4시30분까지며 공휴일은 휴관한다.

 

◆매스게임: 집단으로 행하는 맨손체조 또는 체조 연기

◆정구: 경기장 중앙에 네트를 두고 양쪽에서 라켓으로 연식 공을 치고 받아 승패를 겨루는 운동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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