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승리, 절반의 실패

‘5.18 특별법제정’이라는 김영삼 대통령의 발표에 나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지난 ‘5.18공소권 없음’발표에 이은 8차례 국민대회 내내 희뿌연 지랄탄 연기속에서 정부와 무력강경 진압을 겪으면서 쏟은 내 눈물이 헛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기뻐했다.

역사의 퇴보와 진실의 은폐앞에서 분연히 일어섰던 우리 학우들과 시민들, 그 민중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월27일(월) 남총련 학우들과 5.18 농성단이 함께했던 연세대에서의 투쟁을 통해 껍데기 뿐인 특별법의 허울을 볼 수 있었다.

위기정국 돌파를 위한 또 하나의 정치쇼, 충격요법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설마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현실화돼 있었다.

특별검사제 실시를 외치던 학우들의 실명, 광대뼈 함몰 등의 외상, 2명 구속, 5.18농성단 전원 연행, 상경한 남부지역 총학생회 연합(남총련)학우 전원 검거령, 그리고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관계자 29명의 구속…. 또한 인천에서 포장마차 강제 철거 항의농성에 참여했던 장애인 노점상 이덕인씨가 변사체로 떠올랐으나 경찰은 익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재야단체, 학생들이 정확한 사인규명을 요구하다가 부상당하고 잡혀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처럼 여전히 자행되는 민중탄압속에서 우리는 더이상 문민정권을 부르짓는 YS를 믿을 수 없다.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아직도 ‘역사’와‘법’을 들먹거리며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특별법 제정이라는 우리의 요구를 얻어낸 것은 분명 하나의 승리이다.

하지만 절반의 승리는 절반의 실패를 안고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5.18의 정확한 진상규명과 함께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학살자가 전원 사법처리 되는 그날까지 행동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완전한 승리에 환호하기 전까지 우리에겐 할 일 이 여전히 남아있다.

역사에 맡길 것인가? 우리가 맡을 것인가? 이 시대 이 역사의 주인이 바로 우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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