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을 산 형제를 돕기 위한 충만한 생명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나의 심장은 끝없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에게 주십시오’ 이는 장기기증을 통해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는 로버트 테스트의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장기기증을 통한 죽음은 영원한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요즘에는 일반인들 중에도 장기기증 서약을 하는 이가 늘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김동엽 간사는 “죽음을 앞 둔 분이 평소부터 뜻이 있었다며 기증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죽음을 뜻깊게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위해 선사하는 마지막 선물로 장기기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장기기증은 현재까지 개발된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가 어려운 말기 질환 환자에게 자신의 장기를 주는 것을 뜻한다.

장기기증을 통해 골수·각막·뼈·시신 등을 줄 수 있다.

또 심장·간·폐처럼 뇌사시에만 기증이 가능한 조직도 있다.

이같은 경우는 본인이 생전에 기증을 약속한 경우가 아니라해도 가족들의 동의를 통해 기증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얻은 11개의 장기이식 관련 기관 중 하나인 국립 장기이식 관리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뇌사시 장기이식현황이 2002년 167명·2003년 285명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김동엽 간사는 “사회 전체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이제는 장기기증을 사회봉사 개념으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에 함부로 칼을 대면 안된다고 믿었던 전통 유교 국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양사상이 유입되면서 변화하게 됐다.

봉사활동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장기기증도 봉사활동의 일부라는 사실은 기증자의 증가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장기기증 서약자의 수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다.

2002년 뇌사 장기기증율이 스페인은 33.7%인데 우리나라는 0.8%에 불과하다.

이는 아직까지도 장기기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의 장기기증에 대해선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국립 장기이식 관리센터 김성훈 홍보담당자는 “실제로 가족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해 기증서약을 철회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하철 광고·월간지 제작·스티커 배포 등 활발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장기기증과 관련한 각종 모임과 포럼들도 생겨나고 있다.

1991년 창립된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장기기증자 어머니들의 모임’과 ‘밝은 죽음을 준비하는 포럼’을 만들었다.

‘장기기증자 어머니들의 모임’은 뇌사한 가족의 장기나 시신 등을 기증한 사람들로 다른 뇌사자 가족이 장기기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지혜롭게 죽음을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밝은죽음을 준비하는 포럼’은 한림대와 호스피스 단체·철학회·윤리학회가 주축이 되어 ‘삶과 죽음’을 주제로 세미나도 벌이고 있다.

최화숙 운영위원은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교육은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전했다.

죽음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기증은 긍정적인 죽음의 한 방편이자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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