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목) 오후2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촉구대회’가 열렸다.

거제유족회를 비롯한 21개 유족회와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범국민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는 피학살자 유족인 할아버지·할머니 100여명과 전투경찰이 대치한 가운데 4시간 동안 진행됐다.

민간인학살이란 한국전쟁 전후 국군·경찰·미군·인민군이 비무장 민간인을 전투 수행이라는 명분 하에 집단적으로 학살한 사건으로 제주 4·3사건과 여수사건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피난민·부역혐의자·형무소 수감원 등의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무참히 살해당해 한반도 전역에서 약 백만명이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금정굴 양민학살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춘열 집행위원장은 “민간인학살은 특히 국군과 인민군이 교전을 했던 전라남·북도과 경상남도에서 대규모로 발생했다”며 “국가는 피학살자를 모두 좌익으로 몰았기 때문에 유족들은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도 이 사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강화유족회 서영선 회장은 투쟁사에서 “그동안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반드시 전국 통합특별법으로 모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야만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족과 사회단체들의 끊임없는 입법 요구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해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및명예회복등에관한법률(안)’을 국회에 입법 발의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안은 국회 운영위원회로 회부됐다.

이에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하루빨리 역사를 바로잡아야 할 국회가 떠넘기기식 입법 진행으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피학살자 유족들이 상경했다.

김인장 할아버지는 “6·25 전쟁 후 미군 폭격으로 온가족이 몰상당했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왜 폭격기가 떨어졌는지 모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순천유족회 오동근 회장은 “국가의 극심한 간섭 때문에 직업을 60번이나 바꿔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국민위원회와 유족들은 한나라당사로 달려가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 대신 한나라당 민권국장이 요청 2시간만에 범국민위원회 대표단들과의 면담을 허용하고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을 일주일 이내에 통보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앞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게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에 대해 ‘정부가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 나서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 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에 이춘열 집행위원장은 “국회는 곧 해산되기 때문에 대선후보를 만나 조속히 해결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범국민위원회는 일주일 뒤 발표될 한나라당 입장을 바탕으로 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방향을 잡아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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