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하루 빨리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강남성모병원에서 간호사로 7년 동안 일해 온 오선영씨의 말이다.

가을 바람은 점점 싸늘해지는데 백의의 천사들은 왜 길거리에 나앉게 됐을까. #파업 28일째-불법파업의 서막 지난 4월말 보건의료노조는 사학연금 철폐·임금협상 등에 대해 협상할 것을 병원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성실히 검토해 보겠다는 약속을 깨고 직권중재가 결정될 때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직권중재는 24시간 서비스가 필요한 필수사업장의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해결을 위한 사측의 직접적 권리 행사를 인정하는 법적 제도다.

그리고 6월5일 정부는 병원 측에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병원 측은 파업하는 직원을 해고할 수 있게 됐다.

#파업 112일째-경찰 병력 투입 파업이 시작된 지 100여일이 지나도록 병원장이 협상을 위해 노조지부장을 만난 건 3번에 불과하다.

오히려 병원 측은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11일(수) 새벽6시 가톨릭중앙의료원에 무려 3천여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했다.

노조원 126명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이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해 조합원 2명이 실신하고 학생 1명이 코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다급해진 20명의 조합원이 병원 내 성당으로 피신했지만 경찰은 이곳까지 들어와 십자가에 매달린 이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파업 126일째-단식농성 돌입 25일(수) 오전10시경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천막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 중 50여명은 ‘가톨릭 각성·노조탄압 중단·경찰병력 철수·장기파업사태 해결’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차가운 길바닥에서 생수 한 모금으로 버티고 있는 노조원들. 이들은 4개월째 월급 한 푼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의료노조 김영심 상황실장은 “월급은 노동자에게 생존권과 같아 이 같은 조치는 더 없이 가혹한 탄압”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명동성당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강남성모병원 앞에서는 병원 측의 불성실한 태도를 규탄하는 집회가 있었다.

최후의 방법을 택한 노조원들과 이들을 둘러싼 경찰들로 삼엄한 분위기가 계속 되는 가운데 집회 현장의 상황을 보고하기 위한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려 댔다.

오후 6시쯤 노조원들이 해산하자 경찰들이 현장에 남아있던 진행자들을 연행해 간 것이다.

현재까지 해고된 사람은 20명, 구속된 사람만 7명에 이른다.

이에 최희성 성모지부장직무대행은 “과거 빨갱이 색출작전도 아니고 노동자로서 기본권을 주장하는 것인데 너무 심하다”며 병원 측과 정부를 비판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힘겨운 투쟁이지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어느 노조원의 말처럼 그들은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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