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이동하고 싶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단식투쟁이 한창 진행중인 국가인권위원회 11층. 그곳엔 28일 째 단식 중인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대표와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최재호씨, 민중가수 Z.E.N 신윤철 대표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단식까지 불사할 정도로 이들을 분노케 한 사건은 지난 5월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동 스쿠터를 타고 있던 1급 장애인 윤재봉씨(63)가 5호선 발산역 고정 리프트에서 내리는 도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경찰은 사고원인으로 윤씨의 조정미숙을 지적했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비둘기사랑’ 전상현씨는 “이번 사건은 안전장치가 매우 허술해 일명 ‘살인기계’라 불리는 고정 리프트가 예고한 참사”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투쟁은 목숨을 건 단식농성. 장애인 대부분이 독한 약을 복용하는 데다가 탈진현상이 나타나도 포도당을 주사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단식은 대단히 위험한 투쟁방식이다.

실제로 지체장애인 이승연씨(30)도 단식투쟁 나흘만에 탈진증세가 나타나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목숨과 맞바꾼 이들의 요구는 다름아닌 ▲발산역 리프트 참사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 ▲지하철역사 장애인 이동시 안전대책 마련과 엘리베이터 설치 ▲ ‘(가칭)저상버스도입을 위한 추진본부’설치. 일본의 경우 버스 밑바닥이 낮게 설치돼 휠체어도 탑승 가능한 저상버스가 보편화돼 있는데 반해 우리 나라 버스는 바닥이 78㎝나 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도저히 탑승할 수 없게 돼 있다.

한편,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역사는 전체 366곳 중 78곳에 불과하고, 그 중 168곳은 리프트조차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장애인의 70.5%가 한 달에 5회도 제대로 외출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는 발산역 리프트 참사에 대한 공개사과 요청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농성을 철거하지 않으면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해피콜택시 제도와 지하철 리프트 보완운영같은 실효성없는 대안만을 내놓고 있다.

장애인은 요금의 절반만 내도 된다는 해피콜택시 제도는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된 장애인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하철 리프트 또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주기엔 시설이 불안전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1호선 시청역 안에서 ‘장애인이동권확보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과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기분이 우울해 있다가도 선전전 나올 때면 신이 나요”라는 이승연씨는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시민들을 보면 힘이 솟는다고 한다.

“미비한 안전장치로 인해 장애인들이 죽어도 이를 책임지는 집단이 없어. 그저 ‘재수없어서 죽었구나’라는 거지.” 박경석 대표는 리프트 사고로 인한 한 장애인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적 과실로 몰아부치는 현실을 개탄하며 오늘도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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