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스팸메일, ‘받을 권리’ 외면
쌓여가는 스팸메일, ‘받을 권리’ 외면
  • 임효진
  • 승인 200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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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우표제 실시를 계기로 짚어본 스팸메일 문제
‘성인이 받는 스팸메일은 하루 평균 45통, 이를 지우는 데 사용하는 시간은 1년에 44분, 서비스업체가 지출하는 스팸메일 수신비용 연간 634억, 스팸메일 저장 비용 1조4058억원.’ 지난 달 30일(화) 인터넷 조사업체 나라리서치가 스팸메일로 인한 손실 보고서에서 발표한 결과다.

메일함에서 ‘원하지 않는 광고메일’, 스팸메일을 몇 통씩 지우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상이 돼 버렸다.

이렇게 몇 년 사이에 스팸메일이 부쩍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메일 사용자의 메일주소를 자동적으로 모으는 메일 추출 프로그램의 등장이 스팸메일의 폭발적 증가에 기여한 것도 있지만 개정된 정보통신관련법이 스팸메일의 증가에 일조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이 지난해 7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로 개정되면서 ‘수신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여서는 아니 된다(50조 1항)’는 조항이 신설돼 스팸메일이 사실상 합법화됐기 때문이다.

사회진보연대 김예니 편집부장은 “얼핏 보기에 ‘∼아니 된다’고 스팸메일을 규제한 것 같지만 수신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람에겐 스팸메일을 보내도 된다는 의미”라며 그 허구성을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 참세상 오병일 사무국장은 “옵트 아웃 방식에서는 스팸메일을 일일이 지우는 수고와 필요한 메일도 지울 수 있다는 가능성,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모두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쏟아지는 스팸메일에 대한 대책으로 hotmail, empal 등에서는 스팸메일을 바로 다른 폴더로 보내 걸러주는 ‘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광∼고’, ‘광·고’등으로 표기해 교묘히 필터링을 피해가는 광고메일이 증가하자 정보통신부는 상업성 광고메일에 대해 제목에 [광고]라는 단어를 정확히 사용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을 8일(수) 입법예고 하기도 했다.

메일 필터링 서비스보다 더 강도 높은 스팸메일 방지책으로는 지난 달 1일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이 실시한 온라인 우표제를 들 수 있다.

온라인 우표제는 대량으로 메일을 발송하는 업체들이 1천통 이상의 메일을 보낼 때 사전에 IP주소를 등록한 후 우표를 구매해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메일 필터링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우표제도는 스팸메일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다음의 원윤식 PR팀장은 “온라인 우표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스팸메일 신고 건수가 하루에 13만통이었으나 시행 후에는 4만통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일 필터링이나 온라인 우표제 모두 근본적인 스팸메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

‘수신자가 받고 싶지 않을 메일을 받지 않을 권리’와 ‘수신자의 메일 주소가 수신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유통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예니 편집부장은 “스팸메일의 증가를 수신거부를 하지 않은 수신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현 옵트 아웃 체제 하에선 어떤 제도도 스팸메일의 증가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의 경우, 메일을 보내는 사람이 돈만 내면 수신자는 또다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우표가 붙은’ 스팸메일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함께하는 시민행동 박준우 간사는 “옵트 아웃 방식에서 수신자가 수신을 일일이 거부하는 형식으로 스팸메일을 차단하기에는 메일주소 추출 프로그램 등 기술이 너무 앞서있다”고 비판하면서 “옵트 인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화 사회에서 정보의 유통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지만 정보 이용자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다면 이는 ‘절름발이 정보화 사회’일 수밖에 없다.

메일 사용자는 매일 몇십통의 스팸메일을 지우면서 자신의 권리까지 지워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