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의의와 발전 과제

지난 3월23일(토)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은 고려대 대강당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창립대의원대회를 갖고 공무원노조의 출범을 선언했다.

이에 정부는 이를 ‘불법’이라며 학교에 진입해 참석 대의원 268명 중 180여명을 연행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김대중 정부는 9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합법화하면서 공무원노조를 단계적으로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후 합법화를 위한 진전이 보이지 않자 전공련은 ‘법외(法外)노조’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를 출범시킨 것이다.

현재 6만5천여명이 가입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공무원들의 단체행동권을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이라는 이유로 출범식을 무력진압하는 등 강력하게 탄압하고 있다.

이들이 해고·구속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를 출범시키려는 이유는 노동자로서의 노동기본권을 되찾고 공직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서다.

공무원노조 노명우 송파지부장은 “헌법 제33조에도 명시돼 있듯이 노조 결성은 노동자라면 가져야 할 천부적인 권리인데 정부가 이것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가 없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 밖에 없으며 국제노동기구(ILO) 175개 가입국 중에는 대만과 우리나라 뿐이다.

올해 3월 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공무원노조 허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조가 공직사회 내부의 정화역할을 할 것이라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그 동안 하위공무원들이 비리를 발각해도 힘이 없어 이를 공개할 수 없었으나 노조가 있으면 이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전교조 전철우 대회협력실장은 “감사원의 한 감사관이 공무원들의 부정을 밝히고 이를 은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양심 선언한 후 해고된 일이 있었다”며 “공무원노조가 생기면 이런 양심선언자들의 보호막이 돼 공직사회 내 자정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진옥 조직2국장은 “군사정권 이후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해오던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개혁 의지를 표명한 것은 민주사회로 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공무원노조에 기대를 표했다.

공무원 세력 조직화로 인한 부정부패 감시효과는 전공련 단계에서 입증된 것이다.

전공련이 출범한 이후 정부발행지의 예산 삭감·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진 기자실 폐지·명절 때 선물 안 받기 등이 이뤄진 것이 그 예다.

한신대 노중기 교수(사회학 전공)는 “그간 관행적으로 선거에 공무원들이 동원되는 등 각종 비리가 횡행했으나 노조가 생기면 이런 문제점들을 자유롭게 지적할 수 있어 관료제 내 부패가 줄어 결국 국민에 대한 서비스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남북이 대치 중이고 유교주의가 뿌리 깊이 박힌 상태에서 공무원노조는 시기상조이며 ‘철밥통 지키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외국이 한다고 우리나라도 똑같이 공무원노조를 허용할 순 없다”며 “정부도 공무원노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고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강수돌 교수(국제정보경영학 전공)는 “자신이 처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철밥통 지키기가 아닌 모든 노동자들의 정당한 주장”이라며 “현재 공무원노조가 불법일 수밖에 없는 것은 정부가 그 동안 실정법 개정의 책임을 방기한 탓이 크다”며 정부의 논리를 비판했다.

노태우 정권 때부터 제기된 ‘시기상조론’으로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미뤄지고 있는 공무원노조 합법화문제. 공무원노조가 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이제 정부는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을 법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공무원들 스스로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 제고와 공직사회 개혁 노력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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