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누하동에 위치한 환경운동연합(환경련) 건물. 입구에 널려있던 건축자재들이 새단장한 곳임을 짐작케 했다.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건물 한면을 다 뒤덮은 유리벽면. ‘winter garden’, 즉 유리온실로 불리는 이 시설은 태양복사열을 이용하기 위해 3중 단열유리로 이뤄져 있다.

이 곳으로 들어온 햇빛을 이용하면 채광은 물론 겨울에 따로 난방이 필요없을 정도의 에너지 절약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에너지 자립형·절약형 건물, 솔라하우스…. 25년된 3층짜리 건물이 ‘환경친화적’공간으로 거듭나면서 갖가지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지만 정식 명칭은 ‘한국환경센터(환경센터)’. 지난 95년 환경련 부설 에너지대안센터가 에너지대안 시범사업으로 계획했던 일이 오는 2일(월) 환경센터 개관식으로 결실을 맺게된다.

환경센터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기존의 구조·골격을 유지하며 기능개선을 한 ‘재건축’이라는 점. 재건축이 일반화된 선진국과 달리, 건물을 다 헐고 완전 ‘다시짓자’는 인식이 퍼져있는 우리나라에서 흔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은 “건물 신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폐자재가 많은데, 이는 곧 환경오염과 직결된다”며 재건축에 대한 인식전환을 강조했다.

또 민간에서 최초로 15kw짜리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현재는 필요한 에너지의 30%정도를 충당하고 부족분은 한전에서 공급받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일조량이 늘면 더 많은 양을 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계절이나 기후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고 비용상 문제로 축전기가 없는 탓에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환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이를 외부에서는 최소한만 공급을 받아 초절전식으로 절약한 것은 에너지 자립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기존조명(40w)을 절전형(32w)으로 교체한 것이나 자연 냉·난방효과를 고려한 구조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온도는 ‘열순환 원리’를 이용한 자연형 태양열시스템으로 적정 수준을 유지하게끔 했다.

가령, 남쪽 유리온실에 의해 공기가 더워질 때는 온실 윗부분 창으로 열기를 배출하고 건물 뒷편 북쪽에서 찬공기를 끌어와 기온을 낮추는 식이다.

“새로운 에너지 개발도 중요하지만 평소 버려지는 에너지부터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상훈씨의 지적이다.

내부를 둘러보면서 인상깊었던 것은 건물 전체에 형광등을 켠 곳이 몇 군데 없었던 점이다.

남쪽 전체가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유리로 된데다 천정에도 창이 나 있어 채광만큼은 거의 ‘만점’이라 할 정도. 또 새 건물의 산뜻함을 나타내던 사방의 하얀 칠도 발암물질이 거의 없는 천연페인트로 한 것이다.

환경센터의 또다른 특징은 생태교육의 장이란 점. 얼마 전 환경센터 지붕에 설치한 0.5kw짜리 풍력발전기는 시민들과 아이들에게 교육목적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풍력발전 자체도 에너지대체 효과가 충분하지만 입지제한이 까다로운 탓에 이는 교육을 위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여기를 찾은 사람들만이라도 ‘미래에너지’를 고민해 봤으면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년된 회화나무가 자리잡은 앞마당을 중심으로, 곤충·새들이 찾는 도심 속 ‘작은 생태계(biotope)’를 만들고자 한다.

요즘 들어선 이름모를 새 10여종이 찾아와 나무에 매달아 놓은 모이를 먹고 가기도 한다.

‘에너지 대안모델’로 단순한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 환경센터. 태양광 발전시설에만 약 3억원이 들었을만큼 대형공사인 이 사업은 에너지관리공단의 사업계획 심사를 거쳐 공사비의 70%를 지원받기도 했지만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96년부터 실시했던 국민모금이 IMF를 계기로 중단되면서 처음 계획이 수정됐고 국내 관련기술 수준이 낮아 개관이 석달정도 미뤄지기도 했던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밝은데…. “벌써부터 우리를 ‘따라하겠다’며 물어오는 사람이 많아요. 에너지 절약건물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늘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이현실 기자 rulurala@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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