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건전화 위해 제도마련 반드시 필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시장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재산증식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금을 기업에 공급하고 자금을 회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즉 주식시장은 경제의 혈액인 자금을 순환시키는 곳이다.

이런 주식시장이 건전화·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마련돼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주주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기업에 대한 ‘신뢰’와 주식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로부터의 투자자 ‘보호’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부분의 제도개선이 필요한데,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증권집단소송제도’와 ‘집중투표제’는 당장 도입·개선돼야 할 과제들이다.

사람은 어떤 경제적 행위를 결정할 때, 그로 인한 이득과 손실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린 다음 행동에 돌입한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이득이 사후의 민·형사상 책임으로 인 한 손실보다 더 크다면 과감히 불법행위라도 저지를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분식회계, 주가조작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록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거짓 정보를 주식시장에 유포하고, 주가를 임의적으로 조작한 것이 적발되더라도 지금껏 피해입은 사람들에게 기업이 부담했던 손해배상액은 아주 미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들이 기업이라는 조직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므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요구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주주 중 한 사람이 집단소송 방식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그 결과 손해배상 결정이 났다고 하자. 이 경우 비록 소송을 직접 재기하지는 않았지만 동일한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다른 주주들도 피해규모에 따라 자동적으로 피해를 보상받게 되는 ‘증권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후 처리할 손해배상이 미미하다는 것 때문에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감행하는 기업들은 사라질 것이다.

결국 증권집단소송제도는 주식시장에서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입은 피해를 배상받기가 어렵던 서민들의 재산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제의 혈맥인 주식시장의 건전화를 이루고, 더 많은 이들을 불법행위로부터 보호해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이와 아울러 회사의 이사회 구성원을 선출하는 투표방식인 ‘집중투표제’는 이사회가 기업 경영진의 불법행위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도록 도입한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달성하게끔 도와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사회이사 선임여부가 대주주의 뜻에 좌우된다면 사회이사 제도의 취지는 무의미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은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인데 이는 투표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현재 투표방식은 후보자 개개인별로 찬반여부를 묻는 식이다.

만약 대주주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주주들이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 개개인별 투표에서 항상 51대 49, 즉 2%의 차이로 대주주가 모든 후보의 당락을 결정할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이사회는 대주주가 선호하는 사람으로만 구성되게 된다.

이러한 불합리한 이사선출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집중투표제이다.

예를 들어 10주를 가진 주주가 5명의 후보에게 각각 10장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현행 방식이 아니라, 다른 4명 후보에게 줄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집중시켜 모두 50장의 찬성표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수득표에서 유리해진다면 1∼2명의 이사를 대주주만이 아닌 소액주주들이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그럼으로써 경영진 감독과 대주주 전횡견제라는 사외이사제도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이 두 제도와 관련해서 참여연대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 둔 상태지만 정부는 소극적 자세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보겠다는 원칙적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경제의 건전화와 선진화를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제도들인 만큼 조속히 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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