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인 우리 학교에도 성폭력 학칙이 필요한가. 지난 호 이대학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화인 약 71%가 성폭력 학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성폭력을 "피해자가 합리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볼 때 불쾌감을 느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 바에 따라 "너희 이대생들은 시집 잘가는 것이 제일 큰 목표다" 같은 여성 비하적 발언 등 간접적인 것까지 포함하면 여대에서의 성폭력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편이다.

또 학낸 성폭력 가해자가 교수, 교직원, 외부인까지 포함되는 만큼 여대도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까지 우리학교 내에서 교수나 교직원에 의한 성폭력 사례는 접수된 것이 없으나 타학교 남학생 등 외부인에 의한 것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특히 여대의 성폭력은 특성상 학교 전체가 공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96년도 대동제 고대생 난동 사건을 비롯해 최근 군가산제 문제로 인한 사이버상 언어폭력 등이 그예다.

특히 우리 학교를 겨냥한 사이버 성폭력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해 연세대 익명게시판에 "내가 너희 다 따먹어 봤는데...", "너희는 서울대생을 위해서만 다리를 벌리지" 등 낯뜨거운 성적 공격을 담은 글이 올라 여성위원회가 대자보를 통해 항의하기도 했다.

또 올해 초 군가산제 폐지가 결정됐을 때는 몇 명의 이화졸업생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 원인이 되어 "이대년들"이 주어가 되는 항의문들이 우리 학교 게시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여성위원회 박이윤미양(보교 3)은 "기본적으로 여대에 대한 성폭력은 여자들끼리 잘 사는 것을 용납 못하는 많은 남성들이 있기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사회 문화적인 요인이 깔려 있는 것이라 설명한다.

우리 학교에 성폭력 학칙이 제정될 경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당한 근거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일 것이다.

성폭력 학칙은 가해자난 피해자 중 한 쪽만 우리 학교에 소속돼 있을 경우도 적용이 가능하므로 그 동안 흐지부지 넘어갔던 간접 성폭력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함으로써 남성들의 경솔한 행위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기대할 수 있는 효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함인희 교수(사회학 전공)는 "이화에서의 성폭력이 학칙제정르 통해 공론화될 경우 그것이 다시 일반 언론에서 여대에 대한 가십거리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면서 우리 학교가 남성중심적인 사회문화 틀 안에 한 겹 더 같혀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