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하반기 5.18 투쟁 평가

지난 3일 (일) 전두환씨 구속을 계기로 5.18해결의 움직임이 전국민적인 활기를 띠고 있다.

학생운동진영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주류인 민족민주(NL)진영을 중심으로 5.18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등을 투쟁의 목표로 제시해 왔다.

한총련은 지난 9월29일, 30일 1차 동맹휴업에 이어 1일(금) 2차 동맹휴업을 결의했고 전·노 체포조를 조직, 활동하는 등 5.18 해결에 대한 적극적 움직임을 보여왔다.

또한 한총련과 각 시민단체에서는 일반적인 공소시효에 적용받지 않는 특별법제정과 이러한 특별법을 근거로 다른 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특별검사제(특검제) 도입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러한 학생운동 진영과 재야 시민단체들의 꾸준한 투쟁의 결과로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는 문민정부 초기의 입장은 ‘특별법 제정’이라는 진일보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에 대해 한총련 정책위원회 소속 박형준씨는 “현시기 민중연대 투쟁을 함께 진행시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으나 지금의 5.18정세에 부응하여 5.18사안 자체에 집중적인 투쟁을 벌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한총련의 ‘학살자 처벌·특검제 도입 등을 통한 5.18해결’이라는 투쟁방향에 대해 일부 운동진영에서는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5.18 투쟁을 학살자 처벌 등 과저청산 자체에 중심을 두느냐, 5.18투쟁을 통한 현재의 사회모순에 대한 문제제기에 역점을 두느냐에 따른 관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중정치 실현을 위한 대장정 학생연합’김진혜양은 “한총련의 투쟁이 5.18을 단지 한 사안으로 파악, 5공 세력과 학살자 처벌등 법적대응에만 치중했다”며 “강제 철거 등을 수단으로 민중들을 억압하는 지배세력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반민중적 요소를 지닌 이 사회의 총체적 모순 폭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관점의 차이 뿐만이 아니라 5.18투쟁에서 한총련이 제도적인 부분에 집착함으로써 김영삼 정권이 대선자금 공개 요구를 피하기 위한 정국돌파용으로 5.18문제를 부각시킨 것을 비판하지 못한 점 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학생들과 재야단체 등이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가 민중운동진영의 결과로 남지않고 ‘김영삼 개혁이미지 부상’이라는 성과물로 이용당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부분은 지난 15년간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이 꾸준히 전개되어 왔고 특히 올해 전국민적으로 확산된 ‘5.18문제 해결’이라는 공감대 형성에 비추어 봤을 때 지나치게 패배주의적 관점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한총련 주류세력이 5.18사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것에 반해 좌파진영이 5.18투쟁에 소극적으로 참여했고, 그에 대해 좌파운동진영 자체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자유로운 인간공동체 전국학생연대’민중연대위원회 이상훈씨는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출범에 있어서 학생들의 입장을 담아내는게 중요하다는 독자적 요구와 그와 함께 5.18 투쟁을 벌여 나가기에는 주체적 역량이 부족했음을 이유로 들 수 있으나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한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고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 학살자 처벌, 민중탄압을 자행하는 보수·부르주아 정치 전반에 관해, 자본가 계급에 대한 문제제기를 투쟁방향으로 제시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공개 요구를 무마하기 위한 도구로서 특별법이 제정된 현재, 5.18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존재하고 그에 대한 방향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5.18을 단지 하나의 개별적 사안으로 국한시켜 학살자 처벌이나 특검제도입, 특별법제정 등을 요구하는 것이 5.18의 진정한 해결은 아니라는 것이다.

5.18이나 간첩단 조작사건, 민주노총 불안정, 노점상 강제철거 등 현재속의 사안들 역시 민중 탄압이라는 모순점은 동일하며 5.18을 낳은 군부독재체제를 배경으로 한 현 정권의 태생적 한계는 그 탄압의 주체 세력과 본질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5.18투쟁은 학생운동세력이나 5.18유가족들 만이 아니라 노동자, 이 땅의 억압받는 민중과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5.18문제 해결’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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