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의 건강…법개정 통해

현대 사회에서 질병은 더 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현상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개인적 질병을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자는 것이 의료보장제도의 주요한 취지이자 목적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보장 제도는 지난 77년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89년 도시 자영자를 끝으로 짧은 시기에 전국민 의료보험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갖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 못지않게 현행 의료보장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

현행 의료보험은 급여 범위와 수준이 부실하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의료보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적용 일수는 1년에 210일로 제한되어 있고, 컴퓨터 단층 촬영(C/T)·자기 공명 촬영(MRI)·초음파 등 값비싼 검사는 오히려 지원이 안된다.

또한 산전 진찰·건강 검진등의 예방 서비스, 첩약 등의 한방 서비스가 급여에서 제외되어 있다.

장기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 그리고 부담이 되는 고가의 검사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러한 의료보험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도, 질병발생 후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도 통하지 않는다.

더구나 전체 진료비의 50%를 본인이 부담하게 되어있어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 의료보장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하자면 다원화되어 있는 조직체계에서 오는 갖가지 비리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우리 나라의 의료보험 조합은 373개로 난립해 있다.

직장·공무원 및 교직원·지역조합(6인 이하 사업장과 자영업자를 묶는)으로 크게 나누어지는 이들 조합은 서로간에 재정 이동이 불가능하기에 대기업 단독 조합과 같이 흑자를 기록하는 조합이 있는가 하면 농촌 지역 조합처럼 적자를 내고 있는 조합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동일해야 하는 보험급여 수준은 적자가 나는 조합수준에 맞춰질 수 밖에 없게 되고 따라서 하향 평준화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4조5백억원에 달하는 의료 보험조합 적립금은 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 이 적립금을 보험급여의 확대와 진료일수 연장·본인 부담금 인하 등 국민보건 향상에 사용할 수 없다.

결국 4조5백억원에 이르는 이 엄청난 적립금은 이 돈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만 막대한 이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부분 흑자를 기록하는 재벌들은 이 누적금으로 이자놀음을 하고 있으며, 재벌들과 함께 조합간부·보건 복지부 관료사이의 결탁 의혹이 높아 국민의료복지에 사용돼야 하는 돈이 단순히 특정 인사의 뒷거래에만 사용되고 있는 등 근본 취지가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보험조합의 재정을 통합하여 적립금을 활용한다면 현재 210일인 보험 적용일수를 전국민에게 365일로 확대할 수 있으며, 고가 장비에도 보험 적용이 가능함과 동시에 노동자·농민들이 질병으로 일을 하지 못할 때 소득을 보상해주는 ‘상병수당제’, ‘예방서비스’에까지 보험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다원화된 현 의료보험체제의 해결을 위해 의료보험 통합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를 모아 만들어낸 성과가 바로 가칭 국민건강보험법이다.

이 법안은 의료보험사업의 전국적인 통합관리 및 보험재정의 통합을 조직구성으로 하면 피보험자에 대한 요양 급여기간을 1년으로 함으로써 국민들, 특히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진료기회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현행 본인부담금이 지나치게 높아(보험진료비 총액의 5/10)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에게도 의료기관 이용이 높은 문턱이 되었던 점을 감안하여, 본인부담금이 3/10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였고 소득재분배라는 사회보장제도의 주요기능을 살리기 위해 일정소득 이상의 자는 누진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도 포함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이 담겨있는 국민건강보험법(가칭)중 통합의료법안은 12월 현재 열리고 있는 정기국회에 상정돼있다.

농민들 또한 이를 위해 현재 의료보험료 시한부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서는 서명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진정 부유한 이들만의 건강권이 아니라면,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면 올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합의료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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