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비자금 관련 언론보도를 바라보는 구수환PD (KBS노조 공정방송위원회)

노 전대통령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수감된 6일 밤, 취재를 위한 카메라는 분주하다.

노씨가 몇명의 호위하에 대검 청사를 나오는지, 어떤 표정으로 승용차에 오르는지, 검은색 프린스는 언제쯤 구치소에 도착하는지. 카메라의 시선을 쫓던 시청자는 문득, 왠지모를 씁쓸함을 느낀다.

파렴치한 노씨의 구속은 부패 척결의 시작일 뿐인데도 미치 모든 부패구조가 드러난 듯한, 심지어 드라마틱 하기까지한 보도의 모양새가 가슴 한 켠에 착찹함을 남기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비자금을 왜 모았는지, 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를 밝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정치자금이 아닌 개인적인 뇌물에 불과’라는 김대통령의 발언에 ‘노태우, 죽일 놈’으로 보도의 초점이 몰리고 있죠. 노씨의 부정은 개인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철저한 분석으로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선 3당합당 주체인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부터 밝혀야 하지 않을까요?” KBS노동조합 공정방송위원회 간사 구수환 PD는, 지금껏 노씨의 비행을 얼버무려 오던 언론이 갑자기 보도에 열 올리는 까닭을 생각해본다.

이와 함께 헬기까지 동원, 본질을 흐리며 현장보도에만 충실한 노씨 비자금 보도와, 참혹성이 엄청났지만 지자제 선거와 묘하게 맞물리면서 외압에 의해 축소돼버린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 보도를 떠올린다.

“한 편의 뉴스에서도 여당은 ‘개혁을 하는 정당’이라는 미사여구로, 야당은 ‘집안싸움’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하는 의도적 편집을 볼 수 있죠” 이처럼 취재·편집·방송과정에서 점점 ‘아’가 ‘어’가 되어가고, 각 회의 마다 탑기사와 중탑기사가 이리저리 옭겨지는 상황은 권력에 귀속한 ‘천박한 충성경쟁’에 혈안인 되어있는 현 언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대통령이 가족들과 교회에 가고 XX에 가서 설렁탕을 먹었다는 것이 주요기사로 보도된 적이 있었죠. 회사측은 그 이유를 ‘대통령이 밖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지도자의 평민적 모습을 국민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이 과연 개인의 사생활입니까?” 구수환PD가 소속, 활동하는 공정방송위원회는 대통령 관련 보도 행태을 외국과 비교, 조사하는 등 한국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KBS가 4월 한달에 35건의 대통령 관련 뉴스를 보도한 것에 비해 영국 BBC은 6건, 독일 ZDF는 4건이라는 결과를 보이는 등 엄청난 차이를 드러냈다고. 공정방송위원회의 계속적 감시 성과는 일곱번 보도될 김대통령 관련보고가 다섯번 보도되는 정도이지만, 기구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어 결국 언론적 양심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작은 영향력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언론과 정치·경제 고리의 척결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3분짜리 필름을 1억원과 교환하자는 뇌물공세, 편하게 살고 싶지 않냐는 협박 등은 방송계에 비일비재한 일이니까요” 그러나 그는 균형을 위해 편을 들어도 모자란 사회에서 기득권을 옹호하기까지 한다면 어떠한 세상이 되겠느냐고 묻는다.

“부패가 당위인 사회에서 이러한 활동은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위에 계란이라도 지속적으로 던지면 언젠가는 실금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중은 미리 해석된 언론의 왜곡보도를, 그리고 썩은 나무의 가지나 치고 있는 방송의 움직임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뿌리를 파니고자 하는 실천의지가 방송계에 가득하기까지, 언론이 권력의 손에서 벗어나 ‘정도’의 역할을 하기까지, 편을 들고 안 들고가 문제되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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